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3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전소시킨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채모(7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 45분께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1.5ℓ 페트병에 준비해온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수법으로 건물 전체를 태워 무너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중앙지법 판사의 심리를 거쳐 영장의 발부 여부는 14일 오전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씨는 2006년 4월 26일 창경궁 문정전에서 신문지와 휴대용 부탄가스를 놓은 뒤 성냥으로 신문지에 불을 붙여 출입문을 태운 범인과 동일인이다.

   채씨는 경찰에서 "주거지가 재건축될 때 시공사가 보상을 충분히 하지 않아 지자체와 대통령 비서실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았들여지지 않았다. 창경궁 방화사건에서도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생돈 1천300만원을 내게 됐다"라고 범행동기를 말했다.

   경찰은 채씨와 가족들의 진술로 미뤄 채씨가 판결 등 국가 처분에 심한 불만을 품고 대표적인 국가ㆍ사회ㆍ문화적 재산으로 꼽히는 숭례문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채씨는 2007년 7월과 1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을 답사했으며 범행에 사용할 1.5ℓ짜리 시너 페트병 3개와 사다리를 준비하는 등 범행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채씨의 자백,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 근처 폐쇄회로(CC)TV 분석, 통신ㆍ은행계좌 추적 등을 통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내렸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인 11일 목격자 제보와 동일수법 전과자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채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행적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아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