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심벌인 여드름 때문에 고민을 하던 여중생 박모(15·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양은 여드름에 좋다는 연고를 사서 열심히 발랐다. 그런데 고민하던 여드름은 약간 들어간다 싶더니, 오히려 연고를 발랐던 코부분이 빨갛게 변해 버렸다. 깜짝 놀라 병원으로 달려간 박양은 병원에서 '딸기코' 진단을 받았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술취한 노숙자의 모습을 묘사할 때 한 손에는 술병이 들려져 있고, 노숙자의 얼굴 중심, 코는 빨갛게 변해 있다. 그래서 상습 음주자='딸기 코' 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무조건 '딸기코'가 되는 것은 아니며 '딸기코'는 엄연히 피부 질환의 일종으로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딸기코란?

흔히 '딸기코'라고 불리는 주사(Rosacea)는 20~40대에 시작되는 만성 질환으로, 얼굴에 생기는 여드름과 유사하다. 주로 코와 뺨, 이마, 턱 등 얼굴의 중심 부위에서 붉은 기운이 돌거나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으로 시작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병이 진행되면서 붉은 기운이 더욱 뚜렷해진다. 심하면 여드름 같은 구진·농포가 발생하며, 뺨이나 코 주위의 혈관들이 늘어나 마치 거미줄 또는 지렁이 모양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주사가 오래되면 코 하반부 조직의 과다한 증식으로 인해 코가 점점 커지고 붉어져서 딸기코(비류·rhinophyma) 모양으로 변한다.

#딸기코의 증상

'딸기코' 주사는 주로 성인에게 찾아오는 피부 질환이다. 백인한테서 다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동양인이나 흑인한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1% 정도인 50여만명이 주사 환자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사 환자들의 증상은 외국인 환자들의 증상과 약간 다르다. 얼굴의 홍반은 외국인 환자보다 많이 관찰되는 반면 구진·농포·'딸기코' 같은 증상은 외국인 환자보다 드물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은 백인보다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풍부하여 햇빛에 의한 피부 결체조직의 변성이 덜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부분의 주사 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쉽게 그리고 자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때때로 '혈색이 좋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졌다고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주사는 남성보다 여성한테서 많이 발생하는 편이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는 오히려 남자들에게 많다.

#딸기코의 원인

주사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률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예부터 위장 장애, 자극적인 음식물, 심리적인 요인, 세균 감염, 기후의 변화 등이 원인 또는 악화 요인이라고 알려져 왔다. 술을 많이 마시는 습관, 즉 알코올은 딸기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딸기코를 일으키는 여러가지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잦은 장기간의 음주는 안면부의 혈관 확장 및 혈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징후 뒤에 2차적인 원인인 햇빛 등에 의해 딸기코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술보다는 만성적인 자극물질에 의한 피부 및 피부 내의 혈관 퇴행성, 염증성 변화가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며 일광노출, 차거나 뜨거운 자극, 국소연고 혹은 화장품, 알코올, 감정적 변화 등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피부에 발생하는 각종 세균이나 미생물이 2차적으로 만성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부종, 반흔 등의 변화를 초래하여 코와 안면부위의 홍조 및 심한 경우 조직이 비대해지는 딸기코와 같은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딸기코는 꼭 코뿐만 아니라 턱, 이마, 눈꺼풀, 귀 등의 조직에도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다.

#딸기코의 치료법

'딸기코'는 약물적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적 치료는 국소연고 특히 항생제 계열이나 각종 비타민 유도체 등의 꾸준한 도포로 치료할 수 있다.

만약 화끈거림이나 홍조 등의 증상이 좀더 심한 경우, 먹는 항생제나 비타민 유도체를 한시적으로 투여하고 이후에는 국소연고제를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주사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품들은 주로 얼굴의 홍반을 조절하고 구진이나 농포의 수를 줄여주는 구실을 한다. 항생제의 경구 및 국소 투여가 많이 시행되고, 대부분 효과를 보려면 몇 주 동안 기다려야 한다. 또한 증상이 없어진 이후에도 주사를 지속적으로 조절하려면 약물을 계속 투여해야 한다.

안면 홍조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조절하면 주사의 악화, 혈관 확장 등을 예방할 수 있으나, 일단 혈관이 확장되면 메이크업으로 감추거나 레이저로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약물적 치료로는 최근 각광받는 각종 장단파장의 레이저 치료나 아이피엘(IPL) 치료 등이 있으며, 약물적 치료보다는 좀 더 미용적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딸기코와 같은 변형이 온 경우에는 레이저뿐 아니라 외과적 절제수술로 반흔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약물이나 비약물적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적 요소들을 예방하는 것이다.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한 자극요인의 예방과 적절한 국소 도포제 등의 치료, 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이 딸기코의 치료, 예방에 있어서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딸기코에 관한 오해 & 진실

Q: '딸기 코'는 술꾼이다.

아니다. 흔히 '딸기코' 하면 알코올 중독 아니면 애주가로 치부하게 된다. 그러나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딸기코'가 나타난다. 딸기코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으나 여드름이 있던 사람에서 코와 뺨을 중심으로 붉고, 곪거나 혈관이 늘어나 보이거나 부풀어 있는 발진이 나오므로 딸기처럼 보이게 된다. '딸기코'는 술과 직접 관계가 없다.

Q:' 딸기코'는 남성의 전유물인가.

그렇지 않다. 사춘기 때 여드름이 많이 나서 고생을 했던 여성의 경우 사춘기 이후에 얼굴 모공이 많이 커질 수 있다. 그러다보니 화장을 두껍게 하고 화장이 두꺼워 피부가 더 안좋아지게 된다. 특히 피부과에서 필링을 많이 받으면 얼굴이 많이 붉어지는데 '딸기코'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딸기코'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딸기코'라고 하면 코에 혈관이 보이는 것과 땀구멍과 혹 등이 생기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혈관은 색소 레이저로 치료가능하며 모공 쪽은 필링이나 스케일링으로 조절만 가능하다.

Q: 벌레한테 물려도 딸기코가 될 수 있나.

실제로 벌레한테 물린 뒤부터 코가 마치 '딸기코' 같이 된 사람이 종종 있다. 특히 상처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하다가 여드름이 난 것처럼 돼서 덧나는 수가 있다. 잘못하면 조직이 변성돼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경우는 레이저 등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코는 예민한 부분이므로 함부로 손을 대면 악화된다. 가능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도움말: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피부과 김경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