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서해에서는 비교적 깨끗하다고 소문난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에 생활오폐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는 보도다. 10년 전 끝난 시화호 방조제 매립공사 이후 어민들을 이쪽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전곡항 인근 염전을 매립해 이주단지를 조성했으나 단지내 오수처리장 고장으로 13년째 생활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방조제 공사에 앞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미 설치한 오수처리장이 1일 처리 400규모로 건설됐으나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오수가 흘러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10여년간 전곡항으로 슬며시 흘러든 생활오폐수는 시나브로 인근 바다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초 오폐수 처리용량을 예측할 때부터 아예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게다가 처리시설마저 고장나 시급히 보수해야 할 실정이나 10억원 이상의 보수비용을 놓고 화성시와 수자원공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의 전형적인 무사안일주의가 빚어내고 있는 결과다. 처리시설의 관리권에 대해 서로 떠밀기를 하다 보니 고장난 채 '나몰라라' 방치하는 태도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최근 태안앞바다 유조선사고로 인한 국가적 재앙을 경험한 바 있다. 온 국민이 나서 지금까지도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복구를 위해 땀흘리고 있다. 서해안인 전곡항도 마찬가지다. 13년간이나 정화되지 않고 배출된 생활오폐수로 인해 야금야금 바다가 썩어갔다. 자칫하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적조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양식업과 연안어업이 타격을 입고 해저오염이 심화돼야만 정신차릴 것인지 답답하다. 주민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도 묵묵부답이라면 정말 한심한 일이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이곳을 테마해양공원으로 조성키로 하고 착공식까지 했다. 기본적인 오폐수 정화시설을 제대로 가동치도 않으면서 290억원을 들여 해양공원을 조성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요트와 보트를 즐길 수 있는 해양스포츠시설을 한다면 오염은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 차제에 전곡항 개발에 맞춰 오폐수 처리의 기본적인 시설정비와 가동이 시급히 선행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