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전국의 간부 직원들에게 사설 영어 학원 교육을 받도록 하고 수강료 일부를 예산에서 지원키로 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 성금과 기부금으로 조성된 적십자 예산을 어떻게 직원들 학원 수강료로 사용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17일 적십자사가 지난달 말 각 시·도지사 및 관계기관들에 보낸 '간부급 직원 영어교육실시 통보'문서에 따르면 본사 본부장·실장 및 전국 각 지사 사무국장과 ·회관장 등 간부직원 424명에 대해 "세계화 시대에 맞춰 영어 교육을 통해 외국어 능력을 갖춘 간부 직원을 육성한다"며 올해 말까지 6개월 이상 사설 영어 학원에 등록해 교육을 받도록 했다.

적십자사는 또 교육 대상자들이 사설 영어 학원에 등록해 교육을 받을 경우 예산에서 수강료의 20%를 지원해 주기로 했으며 영어 교육을 받을 경우 30분 이내에서 출근 시간까지 늦출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사설 영어 학원 수강료가 한 달에 1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424명이 6개월간 사설 영어 교육을 받을 경우 최소 5천만원 가량의 적십자예산이 직원들의 영어 교육비로 지원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가 '자원 봉사'라는 기본 정신조차 잊은 채 차기 정권의 영어 교육 정책에 발맞춰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35·성남시 분당구)씨는 "자원 봉사와 '영어 교육'이 과연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매년 내고 있는 성금이 간부 영어 교육비로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적십자사는 그러나 "국민 성금인 적십자 회비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현 총재가 개인적으로 기부한 기부금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현 이세웅 총재가 부총재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3월 '고유 목적 사업' 명목으로 1억원을 기탁했고 이 가운데 2천500만원 가량은 이미 집행됐다"면서 "이번 영어 교육비 지원은 이 기부금에서 지출되는 것이며 현 총재의 사적인 기탁금을 '국민 회비'와 동일시한 데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