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8일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 김모 과장을 불러 숭례문에 대한 화재안전 관리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문화재청이 국보 1호인 숭례문의 보존 및 관리와 화재에 대비한 기본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숭례문에 화재 예방을 위한 감지 설비나 소화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의 관리ㆍ감독에 소홀한 점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 뒤 위법 사실이 있으면 관련자를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또 소방당국으로부터 숭례문에 대한 소방안전검사 기록과 화재예방 업무 자료 등을 넘겨받아 평상시 숭례문에 대한 소방안전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소방당국의 조기 진화 실패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중대한 과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관계 기관간 혼선 등 실패 이유를 둘러싼 책임 소재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 소방재난본부가 작성한 `숭례문 화재현장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10여분 뒤인 10일 오후 8시58분께 문화재청에 팩스로 화재사실을 통보했으며 오후 9시40분께 문화재청 관계자와 통화에서 "문화재인 점을 감안해 화재진압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화재진압 과정에서 국보 1호 숭례문의 손상 여부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담당자마다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9시41분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소방당국과 통화에서 "숭례문이 손상돼도 상관없이 진화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오후 9시44분 또 다른 관계자는 "불길이 번지지 않으면 천장을 파괴하지 말고 불길이 계속 번질 것 같으면 그때 파괴하라"고 요청했다.

   또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은 화재발생 1시간30여 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숭례문 관리실에 있던 전문가들을 찾아내 실측도면을 확보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나온 문화재 전문가를 찾으라'는 지시에 따라 전문가를 수소문하다 오후 10시30분께 숭례문 관리실에 남아있던 직원 2명을 찾아 이들로부터 관리실에 보관하던 '실측 건물도면'을 확보해 진압작전에 활용했다.

   오후 11시20분께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은 "현 상황으로는 숭례문 2층 진화는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18분 뒤 문화재청은 결국 "건물 부재라도 건져서 복원할 수 있도록 건물을 중장비로 부숴 화재를 진압해달라"고 요청하고 자정을 넘긴 오전 0시 10분께 "1층 누각만이라도 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은 이날 소환한 문화재청 김 과장을 상대로 진화 작업을 둘러싸고 관계 기관 간에 혼선이 빚어진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해 책임을 규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