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사인규명을 위한 역학조사 결과, 노동자들의 돌연사가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0일 오후 2시 인천 부평구 공단 강당에서 역학조사 최종결과 발표를 통해 "심장성 돌연사의 유발요인으로는 작업장 내 고열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으로는 교대작업 및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공단 역학조사팀은 "타이어 제조 공정에서는 뜨거운 고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흄 등으로 6∼8월에는 40℃ 이상의 고온 환경이, 11월까지도 30℃ 이상의 고온 환경이 조성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의 3교대 근무시간은 개인당 각각 7시간20분 정도이지만 교대근무 전 또는 후에 4시간의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 소위 `곱빼기 근무'라 해서 야간조 근무 후 그대로 다시 오전조 근무를 공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사무직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현장직, 기술직, 연구직에서만 발생한 점과 퇴직군보다 현직군에서 발생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으로 미뤄 사인이 직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돼 왔던 화학물질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한국타이어는 66가지의 화학물질을 사용해 타이어를 제조하고 있는데 심장성돌연사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염화불화탄화수소, 메틸렌클로라이드 등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스티렌, 부타디엔,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은 정량한계 미만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환기시설 개선, 심장질환 병력 근로자 고열작업 노출 자제, 근로자 건강관리 지원, 교대제 작업시간 체계적 관리, 근로자 건강모니터링 구축 등을 한국타이어 측에 권고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 10월 대전지방노동청으로부터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와 관련한 역학조사 의뢰를 받은 뒤 1996년 이후 한국타이어 전.현직 근로자와 16개 협력업체 근로자 등 7천140명을 대상으로 사업장 생산현황, 작업환경 유해요인, 근로자 건강실태, 업무와 건강의 관련성 등에 대해 집중조사했다.

   역학조사 최종결과 발표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 박정선 소장이 맡았으며 발표회장에는 유족, 노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타이어 대전 및 금산공장, 연구소에서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급성심장사 등으로 숨지고 5명이 폐암과 식도암, 뇌수막종양 등으로 숨진 데 이어 1명이 자살하는 등 1년여 사이 모두 13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