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도의회 경시' 발언에 이어 행정기구 편제에도 없는 경기도디자인총괄본부장을 임명한 뒤 뒤늦게 조직개편 개정안을 상정하자 경기도의회가 '집행부의 독단적인 위법 행정'이라며 강력 반발, 도와 도의회가 대치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도의회는 신임 맹형재 도디자인총괄본부장이 도의회 승인도 받기전에 명함을 갖고 다니며 사실상 본부장 업무수행을 하는 등 계약직 공무원 채용 전반에 문제가 있다며 '계약직공무원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해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도 위법행정…, 학력위조 논란'
도의회 기획위원회 위원들은 경기도디자인총괄본부장 신설 등 경기도의 조직개편안이 담겨있는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도가 도의회로부터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구를 신설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윤영(한·성남2) 의원은 새로 설치된 경기도디자인총괄본부장에 임명된 맹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Industrial Design(산업디자인) 코스가 2주짜리 여름방학 코스던데 어떻게 학위를 취득했나"며 이탈리아에서 취득한 산업디자인 석사학위 취득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이어 "도의회로부터 조직 신설 승인도 받지 않았는데 맹 본부장이 본부장 명함을 갖고 31개 시·군을 돌아다니며 업무를 지시해 해당 시·군이 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추궁했다.

이에 맹 본부장은 "도내 디자인 수요조사를 하기 위해 시·군을 방문한 것"이라며 "이탈리아에서 1997년도에 2년짜리 정규코스를 밟아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답했다.

전동석(한·광명3) 의원과 임우영(한·파주1) 의원도 한석규 도 기획관리실장을 향해 "의회 승인도 받지 않은 디자인총괄본부가 올해 처음 만든 경기도행정기구조직표에 '디자인총괄본부'로 명시돼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이냐"며 "인력과 예산도 없는데 조직만 만들어 놓고 보자는 '조급증 행정'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 '도 독단행정 vs 도의회 법안심사 파행'
도의회 기획위원회는 해당 소속기관장이 갖고 있는 기능직 임용권을 도지사가 행하도록 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경기도사무위임조례 일부개정안'을 "독불장군식의 김문수 도지사에게 과도한 권한 및 권력이 집중된다"며 보류시켰다.

기획위는 건설교통국 등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시장·군수에게 위임됐던 전문건설업의 등록 허가와 광역버스에 설치되는 옥외광고물 등에 관한 사무를 도지사 권한으로 가져오고, 소속 기관장의 기능직 공무원 전보권을 제한해 '임용권'을 빼앗아 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임우영 의원은 "기능직 공무원의 인사권을 도지사가 갖는 것이 기관간 승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이는 도지사가 기능직 공무원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건설교통부의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를 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계약직공무원조사특위 신설'
기획위는 앞으로 경기도가 개방형 임용 방식을 이용해 채용한 '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김 지사의 독단적인 인사의 문제점을 6개월 동안 낱낱이 규명키로 해 조사결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기획위가 계약직공무원조사특위를 다음 회의때 운영키로 결의하면 맹형재 도디자인총괄본부장의 업무 권한은 사실상 정지될 수밖에 없어 도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는 물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