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5·31] -20대 출마자들
3일 새벽 4시30분. 민주노동당 백해웅 시의원 예비후보(용인마)는 감기는 눈을 비비며 와이셔츠를 다리기 시작한다. 외모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유권자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복장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선거철이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지만 하숙집에서 혼자 사는 대학생의 부탁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백 후보는 올해 25살로 5·31지방선거에 도전하는 도내 최연소 후보다.
이날 첫 공략지는 죽전 이마트 앞 버스 정류장으로 선택했다. 꾸벅꾸벅 인사하며 열심히 명함을 돌리는데 명함을 건네받은 사람들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를 기다리던 한 노인은 “나도 지난 대선 때 젊은 사람 찍었지만 봐라. 젊은 사람들이 경제를 다 말아 먹지 않았느냐”며 버럭 역정이다.
선거운동에 뛰어든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제 이런 질책도 익숙하다. 백 후보는 예의를 갖춰 더욱 정중하게 말했다.
“지금 제가 젊으니까 더 편하게 말씀하셨죠? 젊은 만큼 권위 내세우지 않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기울이겠습니다.”
대범하게 보이려 애쓰긴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새까맣게 탔다. 바로 이런 정치불신을 해소하고자 선거에 뛰어들었는데 오히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서다.
같은 20대로 안산 사선거구에서 뛰고 있는 한나라당 황효진(26) 시의원 예비후보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섬세한 여성정치를 약속하지만 유권자의 반응에는 차가움이 묻어 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 탓도 있지만 젊은 여자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뭔가 어색한가 보다.
이렇다보니 진득하게 공약을 설명하기는 커녕 말 한번 붙이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디 나이뿐이겠는가. 명함을 건네 받은 한 노점상은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으면 선거에 출마했냐”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한다.
이처럼 선거판에서 20대 출마자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현실 정치와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당당하게 나섰지만 그 쓸쓸함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을까.
그래도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푼돈이 선거자금이고 선거운동원이라고 해도 단짝 친구와 한두명의 선후배가 전부이지만 정치에 대한 확신은 어떤 기성정치인보다 크다.
정치에 무관심한 또래의 정치참여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백 후보는 “언제까지 기성정치인 탓만 할 수는 없죠. 작은 도전이지만 여기서부터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며 “내일은 더 고된 하루를 보내리라 다짐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 안산 나선거 시의원에 도전하는 국민중심당 이형주(28) 예비후보는 “나이가 어려 손해보는 것도 많지만 20대만의 특권도 있다”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유권자가 형님, 누님, 아버지, 어머니 같으니 오히려 부담이 없다”고 호기를 부렸다.
기성정치판에 "젊음 신고합니다"
입력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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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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