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이상 징후들이 감지되고 있다. 무역수지가 5년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예정인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지방을 중심으로 부도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소비위축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물가상승압력의 진원지는 국제유가와 농산물 등 원재료다. 지난달 원재료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5.1%나 올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57.6%) 이후 최고상승률이다. 국제유가상승과 중국 및 중동지역 건설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광산품과 고철 등 공산품가격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작황이 부진한 데다 바이오연료용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입곡물을 중심으로 한 농림수산품 가격이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중간재물가도 지난달 전년 동월대비 10.8%나 올랐다. 조만간 시차를 두고 다른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은 더욱 문제다. 벌써부터 수입원자재를 중심으로 매점매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철광석 수입가격이 65%나 인상되는 터에 유연탄값도 급등이 예고돼 철강재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시멘트와 유화제품값도 동반상승,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건설업체 등의 줄도산이 점쳐진다. 식료품 사정도 마찬가지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리점과 식당이 밀가루와 대두유 등의 재고를 쌓아둔 채 추가물량 확보에 나선 탓에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중의 과잉유동성도 물가부추김에 일조했다. 비상시국도 아닌데 할인점에는 라면이 동나는 등 서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국제원자재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춘투의 계절이 코앞에 닥친 만큼 노동계의 임금인상 요구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생활물가가 크게 올라 내수경기가 위축될 것이 자명해지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를 잠재울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정부는 합동단속반을 편성, 감시중이나 역부족이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지자체들까지 나서 사재기에 적극 대응하는 등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