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낮 12시(한국시간 25일 0시) 남극 킹 조지섬 세종기지에서 홍종국 대장이 이명박 신임 대통령의 격려전화를 받고 있고 연구원 및 대원들은 '희망 한국'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날씨가 많이 춥죠? 힘든 여건속에서도 고생 많이 하는 것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과학 강국이 되도록 긍지를 갖고 힘써 주세요."

24일 낮 12시께(한국시간 25일 0시). 남극 킹 조지섬 세종기지에는 한국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취임식을 앞두고 0시를 기해 직무가 시작된 이명박 신임 대통령의 격려 전화였다. 대통령은 공식 업무가 시작된 직후 국제법상 유일한 해외 '한국령'인 이곳을 가장 먼저 챙겼다.

"나, 이명박 대통령이에요"라고 말문을 연 대통령은 홍종국 대장에게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먼 남극까지 나가서 근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력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과학 강국이 되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여성 대원 한 명이 갑자기 귀국한다던데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며 현지 날씨와 대원들의 건강 상태까지 점검했다.

비록 1분 남짓한 짧은 통화였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을 위해 추위·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17명의 연구원 및 대원들에게는 커다란 희망의 메시지이기에 충분했다.

VIP의 배려에 고무됐기 때문이었을까. 밤이 찾아온 남극 땅에서 진작 잠자리에 들었을 대원들은 밤 11시(한국시간 25일 오전11시)부터 1시간 넘게 진행된 취임식을 이곳의 유일한 한국 채널인 YTN 위성 방송을 통해 흥분속에 지켜봤다.

안대성(34) 연구원은 "취임식 장면에서 군부대·취타대가 행진을 하며 태극기가 오버랩 될 때 코 끝이 시큰해졌다"면서 "세상의 어둡고 소외된 곳도 돌아볼 수 있는 '덕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성호(35) 총무도 "(이 대통령이) 지난 설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에 돌아오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면서 "대통령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지구 끝 이곳에 희망을 전해 줬다"고 기뻐했다.

이 대통령과 세종기지와의 인연은 지난 1988년 2월 세종 기지 준공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이 대통령이 '과감히' 세종 기지 건설에 뛰어들었던 것.

홍 대장은 "신임 대통령의 첫 업무가 세종 기지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기초과학 발전'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오늘 남극에 전해 준 것보다 더 큰 희망을 전 국민들에게 전해주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극 킹 조지섬 세종기지/김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