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설치된 행정전화를 이용, 직원간이나 민원인과 통화시 통화내용을 녹취할 수 있는 300개 유저 규모의 녹취용 서버(ADVA VRS)가 도청 행정통신실 안에 설치돼 관리되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경기도가 고성능 녹취시스템을 설치·운영해 인권침해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경인일보 2월 27일자 1·3면 보도)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한달동안 직원과 민원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통화내용을 녹취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기사 3·19면>

 
 
특히 도에 설치된 녹취시스템은 최대 9천여개 전화의 통화내용을 동시 다발적으로 무단 녹취할 수 있는 첨단 기술력을 갖춘데다 녹취시스템을 제어하는 슈퍼컴퓨터를 임의대로 조작할 경우 도청 및 19개 사업소에 설치된 전화로 통화하는 직원간이나 직원과 민원인간 통화내용을 무단 녹취할 수 있는 사실상의 '감청장비'로도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경인일보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도가 (주)서울통신기술로부터 공급받은 녹취장비 서버인 'ADVA VRS'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는 300개 유저(user)로, 각 유저당 30회선씩 연결할 수 있어 도청 및 19개 사업소에 설치된 6천여회선을 포함, 최대 9천여 회선까지 청내·외에 설치한 전화 이용 당사자를 직접 녹취할 수 있다.

더욱이 도가 '의도'를 갖고 녹취시스템을 제어하는 슈퍼컴퓨터를 임의로 조작할 경우 전화 통화 당사자가 아닌 서버 관리자가 통화내용을 무단으로 녹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통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또 개별 전화기에 부착해 운용되는 녹취 소프트웨어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서버관리자가 통화 내용을 녹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 참조>

이와함께 민원인과의 접촉빈도가 높은 민원실 등 일부 부서 직원에게만 디지털 녹음전화기를 개별 지급하면 민원인과의 분쟁소지를 없애는데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민원 전화가 거의 없는 다른 부서를 비롯 사업소까지 전화 녹취가 가능한 대형 녹취서버 장비를 설치해 '청내 공직자 근무실태 감시를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영 경기도 대변인은 "녹취장비를 제어해 청내·외에 설치된 모든 전화에 대한 녹취가 가능하다"면서도 "민원분쟁 소지가 있는 곳에만 한정돼 활용하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월부터 사용가능한 10여개의 회선중 총무과 민원담당자들을 대상으로 3개 회선을 연결해 비밀리에 운영해 온것으로 드러났다. /전상천·양은선기자·junsch@kyeongin.com

경기도에 이어 울산과 대구 등 광역지자체도 민원인 전화통화 녹취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006년 3월 인터넷전화망에 녹취서버 장비를 설치, 민원관련 부서에서 8개선을 운영하고 있는 등 대구시와 전북도, 제주도 등 광역지자체마다 녹취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거나 시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