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첫 준비접촉이 22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있었다.

판문점에서 남북간 접촉이 이뤄진 것은 94년 7월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과거의 회담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본위적이었음을 반성하고 생산적으로 남은 대화를 풀어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양영식(梁榮植) 통일부 차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이 경제협력으로 공동 번영해야 하며 도울 것은 돕는 그러한 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이산가족문제가 최우선 과제이고 이는 북측도 공감하는 사항"이라며 경제협력과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역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측의 김령성 수석대표는 "북과 남이 현안이 많은 만큼 이런 현안을 풀고 순조롭게 해결하자면 근본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북남 정상의 평양상봉과 최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수많은 현안을 풀고 조국통일을 이루는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는 의지를 갖고 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속담이 생각난다"며 "여러분을보니 중대한 일을 수행하는데 좋은 길동무가 되지 않겠나, 또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해 회담전망을 밝게 했다.

남북은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북측 대표단의 신변안전 각서를 연락관접촉을 통해 교환했다.

○…양영식(梁榮植) 통일부 차관 등 남측 대표단은 22일 오전 9시 15분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

양 수석대표는 평화의 집 입구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긴장된 표정으로 "역사적 회담의 길을 평탄하게 닦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언급.

양 수석대표 등 대표단은 평화의 집 도착직후 회담장 옆에 있는 남측대표단 대기실로 직행.

양 수석대표는 20여분간 휴식후 대기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준비해온 소감과 회담장에서 북측 대표에 밝힐 인사의 요지를 설명하기도.

양 차관은 "판문점은 긴장의 상징이 아니라 화해의 상징으로 변해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내용을 기조발언에서 강조할 것"임을 밝히기도.

○…양 수석대표는 이어 "북측 김령성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산출하는데 관여하는 등 회담성사에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며 "남북이 차리를 인정한뒤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회담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그의 소감과 인사말은 상당부분 회담장에서 되풀이됐다.

○…양 수석대표는 회담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날씨가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아 하늘도 이번 준비접촉을 축복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령성 북측 단장은 "어제온 비는 곡우비로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 천년 첫 봄은 북남관계의 양천가절"이라고 화답.

○…회담에 앞서 신임장 교환에서 남측 대표단은 박재규 통일부 장관 명의의,북측 대표단은 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신임장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장인 평화의 집 2층에는 롯데호텔직원 12명이 나와 다과와 점심을 제공했다.

90년 남북 고위급회담 접촉때도 양측 대표단의 점심식사를 준비했다는 이교찬(42.李敎燦) 연회부 조리장은 "점심 메뉴는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꼬리곰탕으로 준비했다"며 "중요한 회담인만큼 맛있고 영양있는 식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다과를 담당한 김세정(24.여.金世正)씨는 "민족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게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짙은 검은색 더블 자켓을 입은 북측 김령성 수석대표는 자유의 집을 통해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며 "쌀쌀한 날씨가 곧 풀어질 겁니다"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준비접촉이 몇 차례 진행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쌍방의 뜻이 모이며 인차(곧) 타결되겠조"라고 언급.

○…9시 48분경 김령성 대표단장과 최성익 대표, 권민 대표를 선두로 하고 북측기자단이 뒤따르는 북측 대표단 일행이 중립국감시위원회(중감위) 사무실 오른 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 영접을 위해 군사분계선 우리측 지역에 대기중이던 연락관 2명이 반갑게 다가가 서로 악수를 나눴다.

○…김령성 대표는 더블버튼에 하얀 줄무늬가 위아래로 있는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흰색 와이셔츠에 노란색 바탕의 검을 6각형 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매 의상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

최성익 대표는 싱글 감색 양복에 흰색 줄이 상하로 있는 양복을 입었으며, 세련된 넥타이에 안경을 쓴 점잖은 풍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