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씨의 일가족 살해사건이 연일 화제다.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 범행의 잔혹함에 경악하면서 한편으로는 우왕좌왕하는 경찰의 모습에 적지않은 실망감을 느꼈을 법하다. 큰 가닥이야 일단락됐다지만 경찰은 아직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녀자 연쇄실종 사건이나 안양의 혜진이·예슬이 실종사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전 신년인사에서 법질서 확립을 유달리 강조했다. 불법시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무기연기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의지표현으로 새롭게 화두가 되기는 했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법질서는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기본 룰이자 반드시 지켜져야할 약속이다.

문제는 경찰의 여건과 사회적 인식이다. 경찰은 국민들이 법을 지키도록 계도하고, 범법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응징해야하는 법질서수호의 최일선이자 마지막 보루다. 사회의 안녕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또 그에 따른 권한도 부여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경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치가 이상한 모양새로 바뀌었다. 은행원보다 친절하게 길안내해야 하고, 취객들 치다꺼리 잘해줘야 하는게 그들의 본업인 것처럼 여기게 됐다. 민주화와 정권교체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각계의 욕구가 분출되면서 폭력과 불법이 그 수단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마저 조장됐다. 지난해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받은 사례가 도내에서만 하루평균 10건에 달한다니 공권력 무시풍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국의 각 지방경찰청이 각급 기관·단체를 망라한 지역치안협의회를 발족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경찰서 단위의 협력단체들이 크고 작은 역할을 해왔지만, 치안에 대한 큰 틀의 정책적 접근에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경기도 지역치안협의회의 경우 발족과 함께 화성지역의 경찰서 개설 등 굵직한 현안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한다.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 전국 최다라는 악조건 개선에도 일정역할을 하리라 본다. 지역치안협의회가 기관·단체장들의 단순 친목모임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경찰이 제대로 된 여건속에서 '도둑잡는 경찰' 이라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