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 인심이 흉흉할 수밖에 없다. 요즘 신문 지면을 보면 이같은 자극적이고 쇼킹한 뉴스가 넘실거린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치, 경제, 사회 분야 '핫 이슈'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역문화 기사가 하나 있다. 바로 도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 운영에 따른 경기문화재단의 조직개편 얘기다. 지방정부(도)가 돈 줄과 사람을 틀어 잡고, 직접 운영하던 5~6곳의 도립 박물(미술)관이 민간 옷을 입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0년 전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문화재단을 만들었던 경기도가 이번에는 산하 박물관을 민간에 넘기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으뜸 경기' 답다.
재단측의 설명대로 관장은 공공기관의 사업소장에서 문화 CEO로 위상이 조정됐고, 독립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해 한 층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시대 흐름에 걸맞은 조직 개편이라 하겠다. 민영화 이후 다소 관료적인 문화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현실에 맞는 문화 예술 진흥 정책을 탄력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재단은 박물관과 미술관 통합, 운영에 따른 '시너즈'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이들 시설을 지역문화예술의 복합 문화센터로 육성하는 등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중이라고 한다. 일부 박물관과 소속 연구원의 간판도 알기 쉬운 친근한 이름으로 바꿔 달 것으로 보인다.
벌써, 백남준 아트센터 측은 다음 달 백남준 국제 예술상을 신설해 음악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포괄적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 우수한 창작 활동을 벌여온 세계적인 인재를 발굴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또 개관과 함께 공연과 전시, 국제 세미나 등을 여는 제1회 백남준 아트 페스티벌(10월10일~내년 2월20일)을 계획중이다.
특히 재단은 도 박물관과 백남준 아트센터, 어린이 박물관 등이 있는 용인지역에는 '뮤지엄 파크'를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방침이다. 경직된 기존 관영 박물관에서 보기 어려운 발상이다.
아이디어도 참신하다. 경기도의 도박물관의 민영화가 경기문화재단 설립 때 처럼 인천 등 다른 시·도 박물관으로 확산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치단체가 경기도 박물관의 변신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다.
다만, 민영화에 따른 행사가 규모나 외향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단측이 민영화를 기념해 벌이는 대형 공연, 전시 등 이벤트가 중요하지만 입안 단계에서부터 검토돼야 할 것이 내실과 주민 참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회성, '외화 내빈' 행사로는 곤란하다. 또 조직 개편과 함께 지역 문화 예술의 균형 발전과 국제 문화 교류 증진 등 보완, 수정할 고유 영역은 없는지 신중히 따져야 한다. 박물관 통합 운영과 함께 문화·예술분야 지원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걸음마 단계인 도 박물관에 대한 경기도의 측면 지원은 필수다. 재단, 박물관에 대한 간섭이 아닌 든든한 후원자로서 보살펴줘야 박물관이 지역문화의 요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권영빈 대표의 말처럼 '도민들의 사랑방' 같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돼야 한다. 재단의 박물관과 미술관 통합 운영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도민들의 가슴속의 풍요로 와 닿아야 한다는 뜻이다.
도민들은 도 박물관과 미술관이 민영화된 후 이후 문화 예술의 중심이 서울에서 점차 경기로 옮겨지고, 문화 예술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따뜻한 문화 기사를 접하길 소망한다. 이것이 혼란한 지역 사회에 문화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