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간판만 남은 배다리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있었다. "입구에 장승 몇개 세워놓고 아치 조형물만 걸어 놓으면 시장이 활성화되느냐."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배다리는 도로 개설을 놓고 주민들과 행정기관간의 마찰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권의 회복과는 별도로 도로개설에 맞서 배다리를 지키자는 시민들의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공사 강행에 맞서 인천의 역사와 문화적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동구의회도 공사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4·9총선을 맞이하여 배다리산업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건설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 종합건설본부는 배다리주민대책위에서 제시한 설계변경(안)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대책위가 사업 원천무효라는 주장에서 물러났지만 이들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리고 경찰의 협조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시공사와 경찰의 대응상황에 따라서는 주민들과의 불상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공사를 다시 강행하려는 것은 10년간 끌어온 산업도로 건설을 마무리 한다는 명분이외에도 최근 경제살리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도로때문에 소음과 먼지피해가 발생한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역사적 유물이 파괴된다는 주장보다 산업과 경제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법과 질서확립을 내세운 실용정부의 검찰권 행사에 시선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살리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배다리가 간직한 고유한 역사 역시 그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인지, 추가비용에서 문제가 있는 주장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요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제3의 신뢰할 수 있는 전문기관에 의해 설명되고, 주민들이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누가 봐도 어렵다고 했던 가정오거리 사업에는 일본의 전문회사를 투입하여 입체고가차도로 그 대안을 제시했던 인천시다. 그런데 왜 배다리에는 그런 공사설계를 못하는가. 추가비용이 문제라면 그것은 인천시가 감내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경찰력에 의지한 강행보다 도로와 역사적 유산이 공존할 수 있는 차선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