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하 경협위)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도출한 합의문은 핵심 쟁점인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을 '조건 조성' 이후로 유보한 낮은 수준의 합의로 평가된다.

 하지만 열차 시험운행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우리측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을 위한 세부 합의서에 서명하자는 북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문을 만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는 차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날 9개항의 합의문과 함께 채택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합의서는 경공업 원자재의 대북 제공에 따른 상환 조건에 이자율을 적용하는 상업적 방식과 국제시장 가격을 준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까지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또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 개성공단 여건 마련,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공동 방재, 경제시찰단 교환 등에 합의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4∼17일 광주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간 6·15 공동행사와 27∼30일로 예상되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최소한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 관계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최대 쟁점은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이었다.
 양측은 격론 끝에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조건이 조성되는데 따라 발효한다'는 모호하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불만족의 균형'을 찾았다.

 열차 시험운행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조건 조성'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집어넣어 이를 북측 관심 사항인 신발, 의류, 비누 등 3대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한데 묶는 '패키지 딜'을 시도, 열차 시험운행의 실천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우리측은 또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되는 시점에 경제시찰단을 교환하는 행사를 연계시켜 경제시찰단 파견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북측의 입장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제18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의 추진도 합의문에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는 정전 협정상 중립수역으로 그동안 사실상 방치돼온 한강 하구의 공동이용을 통해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특히 군부 관할 지역인 만큼 군부를 경협에 끌어들이는 단초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기대도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