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석유.가스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7일 오전 한국인 근로자 5명이 현지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돼 우리 정부 당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정확한 사태 파악과 함께 석방 교섭에 나섰다.

특히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날 밤 피랍자 석방을 위해 납치 단체와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8시 사이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내 하커트항 남쪽 코손채널 유전지대에 있는 DN-38 가스플랜트 현장을 현지 무장단체가 습격, 자고 있던 한국인 근로자 5명과 현지인 근로자 1명 등 6명을 납치한 뒤 빠져나갔다.

무장단체는 로켓포 등의 화력을 갖추고 보트를 타고 구조물에 접근해 공격했고 당시 나이지리아 해군 13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화력열세로 공격 저지에 실패한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된 근로자는 대우건설 3명, 한국가스공사와 그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직원 각 1명 등 한국인 5명과 현지인 근로자 1명이며 현장에 함께 있던 한국인 근로자 9명은 사무실에 피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하커트 항에서 고속정으로 40분 거리의 늪지대를 메워 설치한 플랜트 시설로, 2001년 4월 대우건설이 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해 준공을 앞두고 이달 말까지 시험성능 및 가스배출 확인을 위해 시운전 중이었다.

대우건설측은 무장단체 소속 약 35명이 10대 안팎의 스피드보트에 나눠타고 총격과 함께 로켓포를 발사, 대우건설 소속 보트 6척을 파괴하고 숙소에서 잠자던 직원들을 납치한 후 약 1시간만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납치를 모면한 대우건설 직원 9명을 비롯한 현지 근로자 10여명은 나이지리아 해.공군의 도움을 받아 헬기로 안전한 곳에 대피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대우건설측이 현지 정보망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피랍된 한국 근로자들은 7일 밤 현재 전원 무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사건 발생과 동시에 이규형 제2차관 주재로 국외사건 대책본부를 가동중이며 나이지리아 현지에서는 이기동 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외교부는 또 반기문 장관이 나이지리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해 피랍자의 조속한 석방을 당부하는 한편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를 불러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날 오후 외교부와 국정원, 국방부, 경찰청 등의 부처 국장급 테러대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회의를 개최, 사태파악과 함께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나이지리아 정부 역시 이날 밤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납치단체와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7일 밤 아데니지 나이지리아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했으며 아데니지 장관은 납치단체와의 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니제르 델타지역을 주무대로 하는 무장단체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7일 자신들이 한국인 근로자 5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면서 나이지리아 정부에 반역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자신들의 지도자 무자히드 도쿠보-아사리의 석방을 한국인 피랍자들에 대한 석방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정부는 납치 단체가 지도자 석방을 표면적으로 내걸고 실제로는 금품을 요구할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납치 주체 및 요구조건을 파악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 주체와 관련, "니제르 델타 지역에 산재한 무장그룹이 연합해서 이 일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크게 보면 이들 무장그룹은 MEND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랍사건이 발생한 니제르 델타 지역은 석유가 많이 나는 유전지역으로 이를 둘러싸고 각종 소요가 일어났으며 작년 이후 총격과 납치사건 등 27건이 발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나이지리아에서 총격 과정 또는 납치시도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나거나 손상은 있었으나 납치후에 인명이 살상되거나 다친 사례는 아직 없다"면서 " 정부는 피랍 아국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급적 최단 시간내에 무사히 석방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