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미만 아동성폭력범의 형량이 무거워 진다. 정부는 성폭력을 가한 뒤 살해한 범죄자를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내용의 가칭 '혜진 예슬법'을 추진키로 했다. 성폭력범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며, 가석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초동단계부터 전담수사반을 편성, 24시간 수사지휘체계를 갖추는 등 수사 또한 강화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도 들어 있다. 정신성적 장애자는 형집행후 일정기간 수용해 치료하며, 재범 위험성을 심사해 석방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장 5년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해 행적을 추적, 확인하게 된다.
정부가 성폭력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내논 종합대책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법개정 시기다. 법개정 필요성은 누차에 걸쳐 강조돼 왔다. 혜진·예슬양사건이 터진 후에야 뒤늦게 개정안을 마련한 것도 비난받을 일이다. 그런데 개정법을 9월 정기국회에 가서야 처리키로 했다고 한다. 부모들은 경찰도 법도 믿지 못해 근접보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을 다루는 기관은 급한 것이 없어 보인다. 얼마나 더 극한 상황과 맞닥뜨려야 현실파악이 제대로 될지 한심하고 안타까움이 크다.
경찰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사건처리는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의 질책이나 지휘부 지시가 있어야만 제기능을 발휘하는 비정상적인 경찰조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는 법개정은 한갓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은 신고된 건수만 2002년 600건에서 2004년 721건, 2006년 980건 등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아동성폭력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상당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고 보면, 법개정과 함께 경찰이 역할만 제대로 하면 성범죄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경찰이 우선 변해야 한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에게 어린이 보호를 맡기는 '안전보안관'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사건만 터지면 으레 쏟아지는 대책만이라도 제대로 이행하는 등 성범죄에 적극 대처했더라면 많은 사건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야 개정법의 효력도 커진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혜진 예슬법' 만들어야 하는 세상
입력 2008-04-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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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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