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총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총무, 자민련 오장섭(吳長燮) 총무내정자는 2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총무접촉을 가졌으나 자민련의 협상자격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바람에 핵심쟁점인 국회의장 선출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൘대 국회 원구성 문제와 관련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자민련에 협상자격을 줘서는 안된다"며 '자격'을 문제삼고 나섰고, "국회의장 선출문제도 대통령이 자민련 의원중 한사람을 지명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의장 선출문제에 대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이 총무가 굳이 자민련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와 국회의장 선출 문제를 연계시켜 개원협상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려는 자민련측의 움직임에 대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자민련 오장섭 총무내정자는 "정치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현재는 엄연히 15대 국회"라며 협상참여 자격이 법률적으로 보장돼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당 박 총무도 "자민련은 15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29일까지 엄연히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고 따라서 총무회담에도 참여할 수 있"며 ൘대 원구성에 대해서도 자민련은 비교섭단체 의원 26명의 대표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자민련을 거들었다.

박 총무는 ൘대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의원이 26명 당선됐고 이는 교섭단체 정수 20명을 상회하는 숫자로서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어느 당도 과반수를 못한 상황에서 합의되지 않는 안건에 대해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을 공식테이블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문제에 대해 오 총무내정자는 "미국은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본 참의원도 2명 이상이면 구성이 가능하다"며 ൜석 기준은 유신정권때 군소정당의 발언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총무는 회담후 브리핑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정당을 커튼뒤에 숨겨놓고 밤에는 커튼뒤로 찾아가는 식의 국회운영은 안된다"며 "이런 의미에서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총무는 이어 "우리는 자민련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도와주고 싶은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문제는 자민련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측면지원' 가능성을 부인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 총무는 "단순히 자민련을 끌어안기 위해 정도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 총무는 회담시작전 '세 총무가 함께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자민련 오장섭 의원은 총무회담전 방문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이날 총무회담은 자민련의 협상자격에 대한 논란으로 원구성 협상의 핵심사안인 국회의장 선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으며, 16개 상임위 위원정수 축소조정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의견을 개진하고, 강원도 산불 및 구제역 파동을 다룰 농림해양수산위를 오는 5월3일 개최한다는데 합의하는 선에서 끝났다.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춘천 발언으로 쟁점이 된 국회의장 당적 이탈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측이 "당에서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며 의제로 삼지않았다.

3당 총무들은 주말께 총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나 국회의장 선출문제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