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관심이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친정복귀 행보로 쏠리고 있다.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던 천 장관의 거취는 향후 우리당 중심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로이카 3인은 당정간에 역할과 위치를 번갈아가며 당을 주도해왔다. 정 의장의 뒤를 이어 신기남의원이 당의장직을, 정 의장이 입각했을 때는 천정배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정 의장이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천 장관의 당복귀수순이 주목받는 이유다.

천 장관은 5·31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부쩍 늘리면서 자신의 당복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주변에서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 장관은 지방선거 결과를 참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직 장관으로서 내색을 하진 못하지만 당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천 장관이 접촉하는 정치권 인사들 대부분은 “당에서 할 일이 없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당에 복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체제가 안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당에 복귀해도 역할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복잡하게 전개될 정계개편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 복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 장관이 사실상 복귀를 결심하고 이미 장관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천 장관이 최근 이자제한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보증인보호특별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법안으로 구성된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천 장관이 '민생개혁정치'란 자신의 정치철학을 어느 정도 구현한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장관으로서의 마지막 업적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는 관측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사개추위가 마련한 사법개혁관련법안이 아직 처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은 천 장관이 당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천 장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복귀 시점이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천 장관이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더라도 곧장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연말까지는 장관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천 장관은 오는 6월29일 입각 1주년을 맞아 조만간 법무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며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