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접어들면서 美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천1백원대로 급락하고 낮선 유로화의 출범으로 유럽수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 총교역량의 1/4을 차지하는 경기·인천지역의 수출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의 주요인은 환율 금리 주가 등 3대 거시변수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대로라면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원화가치가 안정된다.

   그러나 지금은 내수경기 침체로 시중의 자금수요가 워낙 적어 금리가 떨어지고 돈이 풀리면 대부분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일쑤다. 그러면 주가가 오르고 이는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달러유입을 촉진시킨다. 즉 원화가치상승→금리인하→주가상승→달러유입→원화상승 등 악순화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화가치를 잡으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정부가 비현실적인 거시변수에 매달릴 게 아니라 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사들여 원화가치 급등을 진정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가 환율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정부가 『환율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정부의 의지를 밝힘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에게 환율상승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심리대책」에 불과한 실정이다.

   鄭東均 한국에너지산업(주)대표이사는 『기업들의 환율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게 더 큰 문제』라며 『이렇다보니 급등하는 원화 값 잡기에 나섰던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외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관리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선물이나 스와프거래 계약을 맺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외국 물건을 수출입할 때 계약 후 대금납부까지 2_3개월 정도 걸리므로 수출입 계약시 환율 고정효과가 있는 선물환 계약을 맺으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와함께 올해부터는 수출기업들이 시급히 대비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 세계교역량의 32%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세력을 바탕으로 새해 벽두부터 국제시장에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유로화가 은행창구에 고시되면서 기업들에게 전혀 낮선 「유로화 출범」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곧 수출 결제대금도 유로화로 받아야 할 것이며 외환예금을 지금까지의 달러 일변도에서 상당부분 유로화로 「포트폴리오」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유로화 결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02년까지는 기존 회원국 통화와 병행해 사용할 수 있으나 가능하면 유로화 결제를 권유하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면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데다 환위험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유럽내에서 확실한 현지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격정책의 재정비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지금까지 국가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정책을 써왔지만 유로화의 출범으로 제품가격을 비교하면 어느 국가에서 바싸게 파는지, 또 어디에서 싸게 파는지 금방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지원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서둘러야 한다.

<閔錫基기자·ms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