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FTA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그동안 끈질기게 요구해 온 쇠고기수입대상 확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예정이다.

조만간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점유율 1위를 회복하는 등 국내 육류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번 합의로 등뼈가 포함된 T-본 스테이크 등이 아니면 도축당시 소의 나이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 특정위험물질(SRM)을 구분하기 어렵게 한 것이다. 설사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도 한국은 당장 수입중단조치를 내릴 수 없게 된 점도 걱정이다. 쇠뼈·갈비·꼬리 등을 고아먹거나 찜으로 먹는 한국 특유의 음식문화를 감안할 때 미국에 비해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이 살코기에서도 발견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술 더 뜬다. 국내 유통시스템의 부실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특히 서민들의 식탁을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 한우유통감시단이 작년 전국의 한우판매식당과 정육점 1만2천952개소를 방문 조사한 결과 위반업소가 7천217곳에 이르는 등 '음식점 식육원산지표시제'는 있으나 마나다. 축산농가들의 피해도 주목된다. 국제사료가격의 상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터에 가격이 한우의 최대 4분의1에 불과한 미국산 쇠고기가 시판되면 삼겹살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등 돼지사육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서 시장을 교란시킬 것도 불 보듯 뻔해 한우사육농가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미국산 쇠고기수입협상에 임하는 정부의 속내는 충분히 이해된다. 한·미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힐러리·오바마 등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후보들마저 이를 반대하고 나선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국내 사육농가에 대한 고려도 없이 미국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협상의 무효화를 주문할 수도 없다. 최대수출국인 미국시장에 대한 매력을 간과할 수 없는 때문이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 축산농가 피해대책 마련은 물론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의 강화작업이 조속히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