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퇴진을 전격 결정했다. 이 회장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특검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사과와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전무도 고객총괄책임자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 해체 등 파격적인 경영쇄신 카드를 내놨다. 선대회장에게서 대권을 물려받아 '제2 창업'을 선언한 이후 20여년 만에 '제3 창업'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자 출발점에 섰다 하겠다.
이를 놓고 각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진보단체는 실체나 진실을 인정하는 내용과 비자금 조성경위·기업구조개선방안 등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완전한 쇄신은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반면 보수단체는 투명성 약속 등 기대이상으로 강도높은 수준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의 선도적 경영쇄신은 다른 기업에도 모범이 돼 한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경제단체들은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고 경제계 전반에 투명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컨트롤 타워를 잃은 삼성의 앞날에 대해 우려했다.
많은 국민도 4개월 동안 삼성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차질을 빚었던 모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사건이 터질 때면 8천억원 사회환원 등 갖가지 약속을 해온 터라, 진정성에 회의를 보이고 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국민의중의 또 다른 대세라 하겠다. 따라서 파격으로 불리는 삼성의 쇄신안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서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 하겠다.
삼성은 쇄신안 자료 말미에 "삼성의 쇄신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고칠 것이 있으면 적극 고쳐 나가겠다"며 쇄신노력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국민 앞에 떳떳해질 것이라는 다짐이며, 삼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 시켜 국가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이 책임과 윤리·투명·정도경영이라는 데서,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삼성을 아끼는 이들의 바람이라 하겠다.
삼성의 결단, 투명·정도경영 계기돼야
입력 2008-04-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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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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