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반월공단 8단지 동양와이퍼시스템(주)(대표·金인규). 金사장이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동안 45명의 직원들은 연일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느라 정신없이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직원들의 얼굴에선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AUTO SUN)」이란 브랜드로 국내 자동차와이퍼시장을 독점했던 해외업체들을 물리치고 내수1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80여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유망했던 동양와이퍼에 악몽이 몰아친 것은 지난해 4월. 거래기업의 연쇄부도에 휩쓸려 부도가 난 것이다. 전년도에 9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등 승승장구하던 동양으로서는 너무나 큰 좌절이었다.

『받았던 어음은 부도나고 10억원이상의 채권은 회수가 안돼 휴지조각으로 전락했습니다. 수출입은행에서 12억원을 주기로 한 1백56만달러짜리 신용장도 보증기금이 두달을 질질 끌면서 보증서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더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된 것이죠.』

동양의 전체채무액은 48억원이지만 실제 부도금액은 겨우 6억. 발명특허, 실용신안, 의장등록등 지적재산권 72건이 무색해졌다.

부도직후 석달동안 공장이 멈춰섰다. 2년동안 10억원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이 나오기 직전이어서 모든 직원은 발을 굴렀다. 직원들사이에 『쓰러져도 회사에서 쓰러지겠다』는 재기의 뜻이 모아졌다.

金사장은 채권단을 찾아다니며 재기의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전재산도 처분해 공장에 투입했다. 사원들은 보험·적금을 해약해 운영자금으로 써달라고 2천7백여만원을 모아왔다. 金사장의 동생은 암수술비에 쓰고 남은 보상금 7백만원까지 보탰다.

다행히 이런 노력이 빚을 발하기 시작,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수출도 재개됐다. 채무액 48억원 가운데 28억원을 갚으면서 일부 채권자들은 회수도 미뤄주었다. 한 독지가는 무상으로 3억7천여만원을 대기도 했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설연휴때 밀린 월급도 한꺼번에 지급됐다. 전직원은 감격스러운 나머지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일요일도 없다. 지난달에만 42만 피스(40여만달러)를 수출했다. 이달 수출량은 60만피스. 하지만 지난해 부도를 맞아 설비를 늘리지 못한데다 원자재를 구입할 충분한 자금이 없어 눈에 보이는 수출오더를 따지 못하고 있다.

金사장은 『이달에도 수출때문에 국내수요 14만피스는 못채워줄 것 같다』며 『금융권이 기술·제품력을 보고 운전자금과 시설투자비를 지원해준다면 거뜬히 1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閔錫基기자·ms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