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서울에까지 상륙한 탓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 서울 도심의 동물원 근처 동물 사육장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다 폐사한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시 광진구청 청사 구내 동물 사육장에서 키우던 닭과 오리, 꿩, 칠면조 등 57마리 중에서 닭과 꿩, 칠면조 등 4마리가 지난 4월 28일부터 숨져 지난 3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죽은 닭에서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큰 `H5형' AI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AI방역대책 매뉴얼에 따라 신속 대응반을 긴급히 현장에 투입하고, 인체감염 예방을 위해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고 현장 종사자들에게 항바이러스제제를 투여하고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토록 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거의 전국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AI감염 사태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인 AI감염 사례와는 다른,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엄청난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AI가 확인된 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잘못 대처했다가는 고병원성 AI바이러스에 18명이 감염돼 6명이 숨지는 비극을 낳았던 지난 1997년 홍콩 AI감염 사례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통 AI가 추운 겨울에 유행하는 것에 비춰볼 때 최근 유행하는 AI는 고온현상까지 빚는 등 날씨가 따뜻한 상황에서도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등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보건당국을 더욱 당황하게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팀 관계자는 "최근 국내 확산하는 AI는 그 유행양상에서 국내 AI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특히 지금까지의 과학적 사실과는 달리 AI가 도심 텃새인 공원 비둘기에게까지 전파되는 것은 아닐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AI가 공원 비둘기에게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해 왔다.

   실제로 AI는 닭, 칠면조, 오리, 야생조류 등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이다. 주로 AI에 감염된 조류의 콧물이나 호흡기 분비물, 대변에 접촉한 조류들이 다시 감염되는 형태로 조류 간에 전파된다. 그래서 대규모로 가금류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AI는 주로 생기며, 특히 농장 간 전파는 오염된 먼지, 물, 분변 또는 사람의 의복, 신발, 차량, 기구, 장비 등에 AI바이러스가 묻어 일어날 수 있어 전파 차단이 힘든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