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주택 및 토지 개발을 위해 세운 지방공사, 소위 '개발공사'의 천국이다.

전국적으로는 오는 9월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인 강원도 춘천시 등 극소수 기초지자체들의 추진 움직임은 있지만 31개 시·군 가운데 거의 3분의 1이 이미 개발공사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앞둔 경기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표 참조>


■ 왜 개발공사인가
도내 시·군들이 개발공사 설립에 뛰어든 것은 개발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발수요가 넘쳤던 수도권에서의 주택사업과 토지개발은 그동안 '불패 신화'속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시·군들의 개발공사 설립 배경에는 개발이익이 지역에 재투자되지 않고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문제의식도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일 화성도시공사를 발족한 화성시의 경우 추진 초기부터 '지역에 부합하는 지역개발 및 개발이익의 역외 유출 방지'를 내거는 등 주공과 토공이 독점했던 개발이익을 지키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1.4배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에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화성도시공사의 수익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이는 개발공사를 세운 다른 시·군들도 마찬가지다.

설립 시 최소 3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까지 자본금을 출연했어도 '개발압력이 강한 수도권이라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 우려의 시선
지방공기업은 '경제성'과 '공공복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공공복리는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한다는 논리로 감당하겠지만, 문제는 수익이 안 날 경우다. 공공주택 분양가 10% 인하가 추진되고, 궁지에 몰린 주공이 고양시 풍동지구와 화성시 봉담지구의 분양가를 공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는 현실이 증명하듯 이전처럼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기반시설비용과 토지보상비의 상승폭도 매우 커 사업성 자체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주공과 토공, 경기도시공사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것도 문제다. '파이 나눠먹기'로 인한 동반 사업성 악화와 이로 인한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주공과 토공은 차치하고 경기도시공사만 해도 납입자본금이 7천억원을 상회하고, 전 직원이 400명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인데 비해 대부분의 시·군 개발공사는 직원이 수십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위직은 시·군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어 '공무원 자리 만들어주기'란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전 직원이 38명인 용인지방공사만해도 6명이 시 공무원 출신이고, 화성시의 경우 개발공사 출범 전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화성도시공사 조직을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서충원 강남대 교수는 "해당 지자체가 거의 100% 출자한 지방공사는 지방정부 하부조직에 머물러 정치적 논리나 관료주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칼 빼든다
시·군의 개발공사 설립 붐은 공조직 '군살 빼기'에 주력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어긋난다.

이에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설립 타당성 검토를 위한 심의위원회에 외부위원이 반수 이상 참여하고, 기초지자체가 광역지자체와 사전협의해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등 개발공사 설립을 제어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행안부는 이 개정안을 연내 처리해 내년 1월 1일부터는 시행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발공사를 통한 단기간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 설립된 공사들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을 통해 구조조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