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지구대가 훈방조치나 무혐의가 뻔한 단순사건 관련자들을 형사입건하고 있다는 지적(경인일보 5월12일자 18면 보도)과 관련, 경기지방경찰청이 최근 지구대 서류 간소화를 위해 하달한 공문이 결과적으로 '훈방'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의견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14일 경기청과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기청은 지난달 22일 '지구대 사건 인계서류 간소화 방안'이라는 공문을 각 지구대로 하달했다.

공문에는 그동안 지구대 경찰관이 형사과로 사건을 인계할 때 제출하던 피해자 진술조서, 목격자 진술조서, 수사보고서,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 현행 범인 체포서, 압수목록 등의 서류를 간소화해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 현행 범인 체포서, 압수목록 등만 제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공문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지구대 늑장출동 관련 대책회의 과정에서 일선 지구대 관계자들이 "한개의 사건에 여러 진술조서를 받다보니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측은 간단한 초동조치 이후 곧바로 사건을 경찰서로 인계, 결과적으로 사건의 앞뒤 상황을 따지지 않은채 형사입건만 시키면서 선량한 시민을 오히려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단순 폭행 등의 사건 관련자들은 그동안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쌍방간 합의가 되고 사안이 경미할 경우 대부분 훈방조치됐지만 이제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곧바로 경찰서로 인계, 형사입건되는 상황이다.

일단 '피의자'로 입건되면 기소 여부를 떠나 개인신상정보가 수사기관의 '수사자료'로 5년동안 저장·관리된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싸움을 벌인 가족이나 친구관계도 이젠 신고만 접수되면 형사입건되는 상황"이라며 "지구대의 순찰 외 업무를 줄여 치안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시행 초기에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