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이같은 점에 주목, 유독 신뢰를 역설했다. 나라가 튼튼하려면 식량이 넉넉해야하고(경제), 국방이 튼튼해야하며(안보),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제자가 그 중 하나를 없앤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먼저 국방이고 그 다음이 경제라고 답하면서 이런 것들은 모두가 허상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신뢰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모두 무너진다"는 말은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신뢰만 있으면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있는 큰 힘이 분출된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공자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신뢰의 상실, 이것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위기의 징조가 깃들여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광우병 파동에 이어 조류독감까지 여기에 경기가 침체의 수렁에 빠지면서 미숙한 정부 대응이 결정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깨는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가·환율·물가의 3고 현상과 함께 이제는 성장·고용·소비의 3저 현상까지 가세, 불경기의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3고3저의 현상이 우리의 목줄을 죄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은 언제 끝날지 모른 채 내년에는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이다. 고환율은 물가 인상을 부추겨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한파로 몰고 있다. 생산자 물가가 지난달만 해도 거의 10%정도 인상됐으며 소비자 물가 또한 천정부지여서 서민 생활은 점차 궁핍해 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올 경제성장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예측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7%성장을 목표로 정했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개혁을 통해 이룩한다는 복안까지 제시했다. 당시 국민들은 정말 그럴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외부적 상황이 좋지않지만 그렇게 해낼 줄 알았으나 그 기대 역시 난망이다. 공자가 그렇게 강조했던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깨지고 만 것이다. 그 낙담이 바로 미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다.
국민들의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참여정부에서 국민들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위정자들의 아마추어리즘에 불안해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국민들은 똑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정책이 구심점없이 우왕좌왕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내홍도 한몫 한다. 집권세력간의 세력다툼은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화합과 상생은 없고 반목과 대립만이 가득하니 뭐 달라진 것이 별반 없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사회의 발전 동력마저 흔들릴 조짐이어서 국민들의 냉소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불신만이 가득하고 허무맹랑한 괴담만 무성해 걱정이다.
이젠 더 이상 현상황을 방치할 순 없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이다. 그간 우리는 숱한 난관을 헤쳐 나오면서 어려움이 더할수록 믿음과 신뢰로 뭉쳐 난제를 해결했다. 자, 다시 시작해 보자. 백열전구 속의 필라멘트가 화려한 빛을 발할 때까지 힘을 합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