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남을 비판하고, 단죄하기란 쉽지 않다. 그 바탕에는 상당한 자신의 도덕성을 담보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것은 위선이나 정략의 냄새를 풍기게 마련이다. 설사 순수한 비판이나 견제라 할지라도,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당하는 쪽이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로 부터 그런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요즘 인천지역 관가에서 벌어진 인사와 관련한 일이 딱 그렇다. 되짚어보면 인천관광공사의 사무직에 인천시의원의 아들이 합격한 것이 발단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의원의 아들이 관광공사에 합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서류심사에서 23점이나 뒤처진 그가 수백 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합격자 명단에 올라 입사를 한 것이 오해의 핵심이다. 그 것도 규정에 없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가점을 주는 수법으로 합격시켰다. 누가 봐도 뭔가가 작용해서 비정상적인 인사가 이뤄졌음이 농후하다.

왜 그렇게 됐을 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의원 당사자를 포함해서 누군가가 압력을 통해 그렇게 하도록 했을 수 있고, 또 하나는 관광공사 측이 알아서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합격을 시켰을 수도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와 봐야 어느 정도 그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시의원이라는 신분이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인천시의회가 집행부와 시 산하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사사건건 호통을 치며, 예산을 삭감하고 각종 조례의 통과를 미루는 등 애를 태우게 한 것들이 이런 인사 등에서 특혜를 받기위한 정략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인사와 관련해선 더욱 가혹하리 만큼 집행부 관계자를 불러 꼬치꼬치 따진 것도 다 이런 위선에서 나온 것인가. 필자는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 딱히 그런 오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다수의 성실한 의원님들 입장에선 좀 억울할 법도 하지만, 지금 인천시의회가 그런 오해아닌 오해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느 의원도 '뻥긋'하지 않으면서 오해의 강도가 커진다.

문제가 터진지 벌써 1개월이 다 됐다. 정작 당사자 의원은 '내가 한 것이 있어야 입장을 표명할 것 아니냐', '내 아들이 (인천관광공사에) 들어간 것도 몰랐다'고 말한 뒤 굳게 입을 다물었고, 동료의원들은 강 건너 불 보듯 '꿀 먹은 벙어리' 태세다. 자신의 자식이 대학을 졸업한 후 어느 회사에 취직한 것을 정작 아버지가 몰랐단 말인가. '주저앉은 소'도 웃을 얘기다. '좀 실수였다. 잘못했다'고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하는 것이 오히려 사내다운 처신이 아닐까. 지금 시점에선 32명의 동료의원들도 공동책임의 굴레에 서 있다. 적어도 어떤 문제가 터져서 시의회가 매도된다면 분명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순서다. 윤리위원회도 의회 내에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동료애'를 발휘하는 식의 처신이라면 정략에 의한 의정활동이었다고 매도를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그렇다고 관광공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무리 힘 있는 시의원의 '압력성 부탁'이 있다손 치더라도, 점수를 조작하면서까지 합격시킨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다. 의원 아들뿐만 아니라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의 자식 20여명이 이런 방식으로 입사를 했다는 설이 파다한 것을 보면, 마치 의회 산하기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된 입사자 3명의 사표처리만으로 매듭될 일은 아니다.

공인(公人)일수록 처신이 분명해야 한다. 물론 그에 맞는 언행 또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실수가 있는 법. 그렇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고,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하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온 인천시의회가 이런 일로 인해 '가짜 의정이니, 진짜 의정이니'하고, 순수한 의정활동마저도 '정략적'이었다고 오인받아서야 되겠는가. 지금 33명의 인천시의원들에게 던지고 싶은 말은, 바로 '아픔이 없인 쇄신도 없다'는 평범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