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개발지역 학교신설, 누구몫인가? 좌담회가 28일 경인일보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송도국제도시를 비롯, 청라, 한화 등 대규모 개발단지 내 학교 신설의 주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감사원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학교설립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지역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규모 개발지역의 학교신설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은 지난해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화부지에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후 송도국제도시, 청라지구 등 각 지역이 같은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개발사업 시행자가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김민배 인하대법대교수
28일 오전 경인일보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대규모 개발지역 학교신설, 누구 몫인가'란 주제의 좌담회에서도 설전이 오고갔다. 학교신설 주체를 명시하지 않는 현행법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이 사회를 맡았다. 인천시교육청 조영용 학교설립기획단장, 포스코건설 조용경 부사장, 인천전문대 박창화 교수,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이 좌담에 참여했다.

사회자=지식산업시대 핵심은 사람이다. 교육이 중요하다. 대형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인천과 경기도는 학교신설비용 분담 주최에 대한 논란이 심각하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구도심 재개발·재건축 지역 학교신설비용 부담 문제도 심각하지만 오늘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겠다. 송도국제도시 1·3공구 학교설립 현안은 어떻게 진행되나? 또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조영용 단장=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 직권조정이 돼서 우선 급한 불은 끈 상태다. 5천200여세대가 분양됐는데 그 중 1천800세대는 2·4공구 학교를 이용하게 했다. 감사원은 모든 기반시설을 갖췄는지 여부를 인허가권자가 확인하지 않고 주택을 분양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안 좋게 보고 있다. 현재 1·3공구에 13개 학교가 필요하다. 최대 60학급까지 갈 수 있는 규모다. 직권조정 내용은 "시와 교육청이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에 학교용지는 시에서 무상 사용토록 하고, 시설비로 시 130억원, 교육과학기술부 부담 조건으로 120억원을 시 교육청에서 받아 설치"하도록 해 2개 학교 문제는 일단 매듭을 지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이 같은 방식의 학교신설은 2개 학교에 한정된 것이라는 단서조항이다. 나머지 11개 학교는 현재 설립계획, 대안조차 없는 실정이다.

■조용경 부사장=시 교육청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내세우는 논리는 '원인제공자가 문제를 풀어라', '현실적으로 돈이 없다'는 것이다. 원인제공자는 사업자가 아니다. 중앙정부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면서 그에 맞춰 개발 계획을 갖고 사업자가 들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와 게일사-포스코건설이 계약하면서 국제학교는 사업자가 짓고, 공립학교는 한국정부가 시행한다고 했다. 토지공급계약서 4조 4항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계약 당시 교육부가 참여하지는 않았다. 2년이 걸려 도시기본계획을 만들어 시에 제출, 시가 검증해서 재경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 상정해 6개월 동안 논의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13개 학교가 필요하고, 이를 동부교육청이 BTL방식으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대신 예산수립을 위해 필요하니 입주 3개월전 교육청에 통보해달라고 답신했다. 2005년 11월 17일에 통과됐고, 이게 고시가 됐다. 이걸 믿고 사업자가 가고 있는 것이다.

■박창화 교수=우선 법 체계에 모순이 있다. 개발이익이 나온다는 전제하에 개발사업자가 학교를 짓게 돼 있다. 송도의 경우 개발이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면 2015년이 돼서야 학교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교육청의 늑장행정이 문제다. 송도국제도시는 1993년 착공됐다. 15년동안 학교신설을 위해 교육청은 뭘 했나? 현재 사람이 들어가 살고 있는데 학교시설 설치 기준조차 마련이 안됐다. 이건 직무유기다. 독일과 영국은 개발할 때 학교부터 짓는다. 송도국제도시는 허브도시, 첨단도시를 지향한다.

■김송원 처장=학교를 공공재로 볼 것인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개발 이전에 학교를 설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는 정명훈씨가 하는 인천앤아츠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50억원을 냈다. 달리 생각하면 오히려 학교 부분에 화끈하게 50억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개발이익이 얼마고, 어디에 투입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인천시가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기 때문에 시에 잘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공재인 학교 신설에는 왜 이렇게 야박하게 구는가.

사회자= 새로 짓는 학교 건설의 주체를 두고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선다. 누구의 책임인가?
■조영용 단장=2000년 이후 인천 인구는 15만명이 늘었다. 주택은 13만호가 증가했다. 학교는 106개 지었다. 그런데 학생수는 오히려 1만9천명이 줄어들었다. 구도심권 학교 모두 가용하면 송도 1·3공구 다 수용한다. 내년도 연수구 관내만 가용 중학교 80교실의 여유가 생긴다. 단지 안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지난 국정감사 때 D등급 학교 8개가 지적받았다. 왜 증·개축을 안 했냐고 야단맞았다. 우리는 각 군구 교육세로 새 도시에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학교를 지었다. 결국 아파트, 개발업자, 분양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세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교육재정은 제로섬이다. 학교 신축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수록, 기존 학교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

■김송원 처장=장기적으로 이 문제의 책임은 인천시에 있다. 구도심개발, 대규모 민자사업 등을 추진할 때 시는 교육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최근 연세대 퍼주기 논란이 있었고, 고려대 음대 유치 이야기도 나왔다. 지자체가 개발과 관련한 협상을 했을 때 개발이익금을 학교에 쓸 수 있게 했어야 한다.

■조용경 부사장=중앙정부차원에서 심의할 때 시 교육청에서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꼭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심의 당시 동부교육청은 학교 위치, 인원 배치 등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우리는 사업에서 남기는 이익금의 40%를 공공시설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컨벤션센터, 공원, 국제학교, 기타 인프라 시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박창화 교수=원인자는 포스코, 게일사에 있다. 사업권을 획득하고 당시 고분양가로 분양했다. 개발이익을 환원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학교다. 교육청과 협의했어야 했다. 포스코는 분양받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자=법체계의 모순된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원칙적으로는 국가가 의무 교육을 하도록 돼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천시는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도 학교문제에 대해선 사업자 측과 재원조달 문제로 서로 핑퐁게임만 한다. 지난 15년간 전세계에 송도경제자유구역을 선전했는데, 막상 들어갈 학교가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 아닌가. 이에대해 견해를 밝혀달라.
■박창화 교수=사례를 하나 들겠다. 지난 1996년도에 연수구와 토지공사가 함께 공사를 하고 토공이 개발이익금으로 79억원을 연수구에 납부했다. 하지만 곧 토공은 소송을 통해 개발이익금으로 납부한 79억원을 고스란히 도로 가져갔다. 법체계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법에는 1천만㎡ 이상 면적을 개발할 경우, 개발업자가 학교시설 등 비용을 내게 돼 있다. 하지만 '개발이익이 나온다면'이라는 조건이 있다. 송도경제자유구역의 경우엔 2015년까지 아파트 분양이 끝나야 학교가 설립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청에서는 항상 학교부지와 시설을 갖고 (사업자에)제동을 건다. 대부분의 시행자들은 제동이 걸릴 때 '학교부지는 저희들이 시설과 부지를 기부채납하겠다'고 한다. 원래 인허가 받는 사람들은 (인허가를)받기 위해 다 내놓는다.

결국은 분양이 다 끝나고 적자를 핑계로 학교시설을 안한다. 법적 소송에 들어가면 결국 교육청이 다 패소한다.

■김송원 처장=개발이익 투자내용은 개발업체와 시가 협의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의회 심의를 통해 공적으로 써야 할 부분이다. 경제자유구역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 중심도시 건설에 기여하고, 시민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돼야 한다. 개발이익 투자 대상에서 학교가 빠졌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조용경 부사장=지금까지 과정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학교용지부담금으로도 137억원을 냈다. 계속해서 학교시설을 짓기위해 낸다는 것이 내부적으로(외국회사) 합의돼 있다. 하지만 이를 문제삼아서 사업에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문제에 대한 대안모색이 아닌 불가 입장을 취해버리면 대화가 안된다.

■조영용 단장=현실적으로 상충되는 개별법 들이 많다. 도시개발법과 재정비촉진법 등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부가 서로 물러서지 않았던 부분이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령만 들어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이 안됐다. 학교를 사업자가 지었을 때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을 한다. 하지만 엄연히 학교용지부담금 0.4%는 강제로 징수하도록 돼 있다. 학교시설 문제 해결방안이 하도 없어서, 시 교육청은 오히려 소송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자=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는 한국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진단해보면 많은 위기요소를 갖고 있다. 학교시설 문제는 일례라 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 인천시, 교육청, 사업체 등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마다 말이 다 다르다.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법령 개정, 예산조달 및 배분문제, 다 검토돼야 한다고 보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박창화 교수=사업주가 인·허가를 받는데 시와 경제청에 매달리다보니 학교시설 문제를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주체가 우선 부담을 하더라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송도 국제도시가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도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서 학교시설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용경 부사장=중앙정부와 인천시 등 관에서 원칙을 확립시켜줘야 한다. 그동안 인천시의 요구대로 정명훈 아트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도 사실 어려운 상황이다. 개발사업의 원활한 진행이 필요하다. 더이상 발목잡혀 지체되면 안된다. 3천700억원을 들여 본사를 인천으로 이전하는 등 내부적으로 해선 안되는 결단까지 해가면서 지역의 생산기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영용 단장=리뽀의 경우 영종지구 개발을 협의하면서 개발계획 수립시 학교부분은 당연히 포함시킨다고 했다. 연세대 개발방식처럼 전체 개발부지를 수익분야와 비수익분야로 나눠 수익부분에서 나오는 비용으로 비수익분야를 책임지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또 머리속에는 학교가 공공시설이지만 아직 법에선 공공시설이 아니다. 학교가 공공시설로 포함될 수 있도록 법이 정비돼야 한다. 급격한 도시팽창으로 인해 학교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간다. 교육재정으로 한쪽을 많이 투자하면 다른 한쪽은 전혀할 수 없다. 양극화가 커지는 것이다. 생각없이, 대안없이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개발속도를 늦춰야 한다.

사회자= 현 시점은 총부채상환비율,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상존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규모 개발지역,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학교신설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오늘 좌담회는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데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사회의 성장동력 모델을 만드는데 학교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바쁜 일정에도 좌담회에 참석해 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