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노인·임산부 등 이른바 교통 약자들을 위해 마련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약자법)이 국비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다. 법이름대로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의를 증진시킨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지만, 정작 국민복지의 주체인 정부는 호들갑만 떤 뒤 쏙 빠지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짐을 지웠다는 얘기다. 복지와 분배에 목청을 높였던 참여정부시절 쏟아져 나온 정책 중 하나로, 실질적 실천의지는 배제된 채 포장만 요란한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교약자법은 정부가 5년단위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하고, 각 기초단체들도 이에 맞춰 지방계획을 역시 5년단위로 수립토록 하고 있다. 이 계획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의 설치와 관리, 개선 및 확충,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운행 등 구체적 사안이 망라된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이 사회의 교통약자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세부적 편의시설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만큼 환영받아야 할 정책이고 만시지탄의 측면마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계획의 핵심시설 도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국비지원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계획에 포함될 시설중 국비지원은 저상버스도입 정도에 그치고,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특별교통수단 등은 전적으로 지방재정으로 충당토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법 시행 1년반이 되도록 계획수립이 완료돼 시행에 들어간 시·군은 단 한 곳도 없고, 불과 4개 지자체에서만 도에서 심의가 진행 중인 실정이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까닭이다.

국민 복지,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행정에 중앙정부·지방정부를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묵은 예산부족을 내세워 소요예산 전액을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고 목청 높이는 지방정부도 국민들 눈에는 곱게 비칠 리 없다. 그러나 거창한 정책을 마련해 놓고 1천억원이 넘는 재원마련은 지자체에 떠넘긴 정부의 행태는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재정상태가 천차만별인 지자체가 그 비용을 알아서 부담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주객전도까지는 아니라도 정부가 취해야 할 책임행정은 아니다. 모처럼 마련된 정책이 난맥상만 보이다 사문화 돼버리는 일이 없도록 보완을 서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