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엄마는 아이가 입고, 먹고, 씻는 것을 곁에서 일일이 챙겨줘야 했다. 아이가 손톱으로 가려운 부위를 긁지 못하도록 손을 꼭 잡고 있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었다. 결국 아이가 두 살이 되던 해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가계 수입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치료비용은 줄지 않았다. 늘 아이를 안고 있어야 하는 엄마와 가족이 겪는 스트레스도 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단병호 의원이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이하 인의협)에 의뢰해 지난 해 발표한 '영유아 및 소아의 지역별 알레르기 질환 실태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1~2005년 인천지역 영유아 및 어린이(0~14세)의 아토피 피부염 발생률은 3.5%로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 중 대전(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강화·옹진군을 제외하면 발생률은 대전과 같았다. <관련기사 3면> 발생률은 병원에서 처음으로 '아토피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비율이다. 발생률이 3.8%라는 건 매년 14세 미만 어린이 100명 중 3~4명이 새롭게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된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위 조사 결과 인천에서 아토피 발생률이 높은 지역은 중구(4.9%), 동구(4.3%), 서구(4.2%), 남동구(4.1%)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구는 항만, 현대제철, 목재단지 등 대기오염 유발기관이 입주해 있다. 서구에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폐기물을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가 있고 각종 폐기물 처리·수집·운반업체가 난립해 있다. 남동구에는 대규모 제조업 단지인 '남동공단'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일반인은 물론 학계에서도 상식으로 통한다. 가천의과학대학 피부과학교실은 지난 해 '제59차 대한피부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인천지역 유소아의 아토피 피부염은 공해가 심한 서구와 남동구에서 특히 높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각 구별로 유치원 2곳을 무작위로 뽑아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피부과전문의 2명은 증상의 범위 가려움 정도 등을 분석해 병의 심화도를 판단하는 아토피 피부염 평가지표(SCORAD index)를 활용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인의협 이상윤 사무국장은 "연구를 통해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제조업 사업장 종사자수가 많을수록 아토피 피부염 발생률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아토피(atopy)?
그리스어 'atopos'에서 유래한 말로 '이상한', '부적절한'이란 뜻을 갖고 있다. 원인을 알수 없는 이유로 알레르기(과민반응)가 일어날 때 이를 아토피성 질환이라고 일컫는다. 아토피는 피부염, 천식, 비염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