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갈등 조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최근 들어 쟁점화된 '주민 vs 행정기관', '산하기관 vs 행정기관', '산하기관 vs 사업시행자', '기초자치단체 vs 기초자치단체' 간의 갈등 및 분쟁 과정에서 시는 뾰족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두 달째 비어있는 다수민원조정관실=주민들이 모여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시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언젠가부터 낯익은 풍경이 됐다. 지난 해부터 시청 앞 인도에서는 '삼산4구역 민영개발 촉구', '가정오거리 이주대책 마련', '금곡지구 공영개발 반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렸다. 개발예정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조직인 다수민원조정관실을 지난 3월 신설했다. 하지만 시는 지금까지 4급 상당의 다수민원조정관 자리에 어떤 인물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 2년 동안 합의 못낸 인천대 법인화=시는 인천대학교를 국립대학 특수법인화로 전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 2006년 교환했다. 이후 시는 대학 구성원들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이유로 올초까지 팔짱만 끼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대학 집행부, 교수, 학생, 동문들 사이 갈등은 증폭됐다. 안상수 시장은 "일부 구성원과 몇몇 시민단체의 반대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을 뿐, 이를 조정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지난 3월 자체적으로 법인화 법안을 만들었고, 대학구성원들은 '독단적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천대 송도캠퍼스 이전=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이전 공사비를 두고 대학과 사업시행자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메트로코로나측은 대학이 자주 설계변경을 요구해 사업비가 2천억원 증가했다며 사업규모를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학측은 애초 민간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잘못된 설계안을 제출한 게 문제였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중재하기 위해 시는 지난 달 '실시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양 기관에 전달했다. 메트로코로나와 인천대는 아직껏 조정안을 내지 못했고, 그 과정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 '화(禍)'를 키운 행정구역 획정 조정안=지난 해 11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제3준설토투기장의 관할구역 획정을 요청하면서 자치단체의 '땅싸움'이 시작됐다. 시는 관계관 회의, 해당 기초단체 부단체장 회의, 실무자 회의 등을 거쳐 지난 5일 '조정안'을 냈다. 시는 '쪼개먹기'라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나름의 원칙(논리)을 세웠고, 토지분할에서 남구를 제외하는 무리수를 냈다.

하지만 남동구를 제외한 해당 기초단체들은 즉각 '일방적인 구역 획정'이라며 시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은 셈이다. 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논리를 개발해 사심없이 조정안을 냈는데 해당 자치구가 받아들이지 않아 아쉽다"며 "유예(협의)기간을 더 준다고 해도 지금보다 나은 조정안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