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호(인천본사 사회부)
인천의 하천은 굴포천, 승기천, 장수천, 공촌천 등 몇 개 안된다. 그나마 대부분이 물부족에 시달리는 건천이다.

이 굴포천이 썩어가고 있다. 며칠 전엔 방수로 공사 구간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물이 썩었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하천 중에서 가장 물이 많다는 굴포천이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지만 책임있는 기관에선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 일부 환경단체만 하천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내 집 앞을 지나는 하천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해도 이렇게 무관심할까.

물고기가 배를 뒤집고 떠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9일 굴포천 귤현가교 부근 현장을 찾았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문득 '송도 아파트 벌레떼' 문제가 생각났다. '벌레떼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파급력이 컸다. 아파트 입주자 게시판엔 너도나도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고,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도 많았다. 시행사와 시공업체 등 업계는 모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천 오염과 아파트 안 벌레떼 서식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두 우리의 삶과 그리고 자연환경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같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안방에서 벌레떼가 우글거리는 사건 해결이 당장 시급한 문제이지만, 하천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죽어가는 현상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굴포천 방수로 물고기 떼죽음은 시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천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아파트는 돈을 주고 산 내 물건이다. 소비자는 이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당연히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강, 하천, 산은 문제가 있어도 내게 당장 피해가 오지 않는 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주민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안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 관련 건설업체가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할리 만무하다.

물고기 떼죽음이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지만 방수로 보호 책임이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굴포천사업단과 한강유역환경청, 인천시는 지금껏 대책회의 한 번 하지 않고 유야무야 문제를 덮어뒀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굴포천 방수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로 썩어 갔다. 우리 모두가 썩어가는 굴포천의 방조자가 되어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