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제품 반출에 발이 묶인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제품 품질이나 판로 확보 등 회사 자체문제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한 피해이기 때문인지 이들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물류정상화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16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원시동 반월공단내 가전제품 제조업체 (주)파세코 창고 앞.
평소 같으면 물건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로 붐볐을 3만3천58㎡ 규모의 창고안에는 반출이 묶인 가전제품이 4층 이상 겹겹이 쌓여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었고, 종업원들도 눈에 띄지 않은채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는 냉장고를 비롯, 석유난로와 식기세척기 등 생산품의 70%가량을 수출하는 이 회사는 지난 70년 문을 연뒤 지난 2005년에는 5천만달러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최근 10여년동안 연평균 4천만달러 어치의 제품을 수출해왔다.
파세코는 평소 40짜리 컨테이너 6~7개 분량의 제품을 의왕컨테이너기지로 보낸뒤 부산·평택항을 통해 미국과 요르단, 러시아 등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단 한대의 컨테이너도 들어오지 못하면서 하루 2억여원씩 지금까지 6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게다가 선적날짜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서 손상된 바이어와의 신뢰관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파세코와 물류운송 계약을 체결한 곳은 KCTC, 세방, 동부 등 의왕컨테이너 기지 입주회사 3곳으로, 생산 제품의 90%이상이 의왕기지를 통해 반출되지만 이들 업체는 모두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생산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까지 했던 이회사는 물류운송이 막히면서 이날 오전 일부 생산라인 30명은 아예 출근조차 시키지 않았다. 반출되지 못한 제품이 창고에 쌓여 더 이상 생산해봐야 보관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파세코 박문순 경영지원부장은 "우리 회사는 수출기업이기 때문에 IMF 당시에는 고(高)환율 때문에 오히려 흑자를 많이냈다"며 "최근에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하락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화물연대까지 파업을 해 회사 사정이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요인에 의한 문제인만큼 회사로선 아무 대책도 없이 하루빨리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