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론회는 민선 4기 출범 뒤 2년간 규제개혁에 매진해 온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개혁의 필요성과 의의를 알리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
토론회에는 3명의 주제발표자와 1부 사회자인 이인실 서강대교수, 2부 좌장을 맡은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주찬 광운대 교수, 김신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의준 서울대 교수,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이상철 성공회대 교수, 이상대 경기연 선임연구위원, 장오현 동국대 교수, 이성우 한성대 교수,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석학들이 대거 토론자나 패널로 참석했다.
또 한나라당 원유철(평택 갑)·통합민주당 조정식(시흥 을) 국회의원과 중앙부처의 국장급 공무원 등이 패널로 나서는 등 모두 300여명이 토론회에 참석, 수도권 규제개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일부 참석자들은 비수도권에서 몰아칠 반향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지만 이날 모인 대부분은 수도권 규제개혁이 수도권과 지방의 동반성장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공감했다.
/김창훈 chkim@kyeongin.com
■ 김주찬 교수=수도권 규제는 단순히 경기도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
■ 김신 연구위원=규제만 풀리면 경제가 잘될 것이란 전제가 있지만 이에 앞서 수도권에 대한 정확한 투자수요를 파악해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규제를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 이주선 연구위원=수도권 문제는 낮은 단계의 규제개혁과 맞물려 있다. 수도권 규제의 완전한 폐지가 아니라 규제완화가 필요한 개별 기업에만 규제를 완화해 줘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 김의준 교수=수도권의 권역 조정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 규제를 당장 완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 이상대 연구원=수도권 규제개혁 뒤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정책대안을 정부와 경기도, 각 지자체들이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권한을 갖는 게 아닌 통합적 분권시스템으로 가야 하고, 지역도 스스로 책임을 가져야 한다.
■ 이상철 교수=참여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입지규제만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중앙정부 주도의 분권보다는 지방 주도의 분권이 강조돼야 한다.
■ 이성우 교수=수도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 지방은 조금 살아나지만 국가 전체가 쇠락한다는 데이터를 지방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지방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처방을 도출해야 한다.
■ 황인학 본부장=수도권 규제개혁 등에 대한 경제계의 기대가 크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72% 기업이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답했다.
■ 허인구 농림수산식품부 농지과장=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려고 하면 절차가 까다롭다는 민원이 많다. 농지 규제가 과연 강한 것인가 의문이다.
■ 정종민 국방부 대령=국민이 어려움을 겪던 군 협의 부분을 완화했다. 민통선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통행완화 문제 등 국민을 통제하는 군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원유철 의원=수도권 규제완화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18대 국회에서 수도권 의원은 111명이고, 비수도권은 134명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 조정식 의원=대기업 입지규제를 풀어야 하고, 그린 없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규제완화를 수도권의 이익챙기기로 볼 것은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는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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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규제개혁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수도권 규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뒤 규제개혁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서 분석했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 및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정책을 기존의 '집중억제정책'에서 '집적활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연구원은 "수도권 규제의 핵심은 단순한 인구증가 억제가 아니라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지방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이 발전해서가 아니라 아직 수도권이 충분하게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팔당상수원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규제와 겹쳐 불필요한 중복규제지만 규제 범위는 서로 다른 모순이 발생했다"며 "수도권 내 대학 입지규제는 지식의 보고이자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대학을 단순한 '인구집중유발시설'로 간주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수도권에서 세 개 첨단업종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 뒤 6개 사가 3천856억원을 신규투자, 전국적으로 약 2천804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왔다"며 "이제 수도권 정책이 집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대도시권 성장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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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수도권 정책의 현황과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이란 주제발표 속에서 추계모형을 설정, 수도권의 생산성을 지방의 생산성과 비교분석했다.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TFP)' 개념을 이용한 서 교수에 따르면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수도권의 TFP와 강한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 반면, 비수도권의 TFP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는 수도권의 총요소생산성을 저하시키면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수도권과 지방의 총요소생산성 비율(수도권/지방)은 1.89(수도권 0.034, 지방 0.018)였고, 2000년대에는 1.57(수도권 0.042, 지방 0.026)로 떨어졌다. 국가경제에 직결된 수도권의 TFP가 0.008 증가하는 사이 지방의 TFP도 똑같이 0.008 올라갔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낮은 강도의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매년 수도권의 소득은 0.93%, 지방의 소득은 0.26%씩 증가해 국민소득은 0.59%가 늘어나게 되지만 수도권의 고용을 1% 줄여 그 숫자만큼 지방의 고용을 늘리면 수도권의 소득은 1.1% 감소하고 지방의 소득은 0.27% 증가,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은 0.4% 감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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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숭실대 교수는 선진국들의 규제개선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추진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가 분석한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수도권 정책의 공통된 경향은 입지규제 및 균형발전 명목으로 추진됐던 산업재배치 정책들이 모두 폐지됐고, 중앙정부 중심의 수도권 관리방식이 수도권 지자체들의 연합 관리방식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분권의 본격화 및 광역적인 지역협력이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된 것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수도권 정책은 문제점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 적기를 놓치고, 불법행위를 하게 만든 것이 '제도적 장치' 측면에서의 문제점이라면 '제도적 환경'면에서는 정치와 정책이 따로 놀게 돼 제도를 개편하기 어려워진 점 등을 거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대적 변화를 감안한다면 수도권 규제를 통해 산업재배치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외자유치에 저해요인이 되거나 국내 투자수요를 해외로 유출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통해 수도권에 속한 지자체들이 수도권을 관리하고, 협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