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화성 동탄신도시 A타워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여느 때 같으면 건설 자재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야 할 이 곳에는 일반 원형 철근과 철판만 몇 조각 남아 있을 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철근을 구하러 갔던 트럭들도 빈 적재함만 지고 하릴없이 공사장을 드나들고 있었다.
A업체의 경우 지난해말 t당 46만원 하던 철근을 100만원에, 60만원하던 H빔은 120만원에 구입하고 있으며 그 나마도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A업체 자재 담당자는 "철강재 외에도 시멘트는 10~15%씩, 유리는 20%, 레미콘도 최근 15%씩 오르면서 원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 확보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라면서 "일단 계약서에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공사 금액이 변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놨지만 실제 시행사 측에서 들어줄 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동탄 신도시 내 또 다른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B업체도 분양가를 3.3㎡당 3천만원 전후의 비교적 '좋은 가격'에 책정했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이윤을 낼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맞추기 위해 자재 디스카운트를 통한 저급·불량 자재를 사용하는지, 모델 하우스 전시 마감재와 실제 아파트 마감 자재가 서로 다르지는 않은지 여부를 문의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용인 흥덕·성남 판교지역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 원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바로 철근 가격이다. 올해 5월 국제 철강재 가격이 1M/T 당 720~1천100달러를 기록, 지난해 보다 67~129%나 급상승 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까지 운송료 및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레미콘 및 아스콘 업계, 화물 운송 업계가 파업, 건설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약 10% 이윤을 목표로 분양을 마친 C업체도 치솟는 철근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0~3% 마진만 내면 성공'으로 목표를 수정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도업체는 물론 자진 폐업하는 중소 건설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주택업 면허를 반납한 업체는 541곳으로 2005년(456곳), 2006년(534곳) 수치를 웃돌고 있고 2007년(944곳) 수치도 위협하고 있다.
또 부도 업체도 올해 5월까지 모두 1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나 늘어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이윤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분양예정인 아파트라도 분양 가격에 원자재 상승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