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파업을 잠재울 무기로 믿고 있던 건설기계 임대차표준계약서가 강제할 수 없는 허울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건설기계노조 대표가 유류비 건설사 부담과 표준계약서 의무작성 등에 대해 국토부와 합의하고도 개별협상에서는 단 한곳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는 데서 험난한 일정이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기계 가동시간, 건설기계 가동에 필요한 유류비 임차인 부담원칙 등을 규정한 표준계약서를 승인했다. 위반시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내용대로라면 상대적 약자인 임대인 보호는 물론 건설현장에서의 분쟁소지를 없앴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따라서 경기도는 이를 근거로 건설기계 임대차시 표준계약서 이행을 촉구했다. 미이행 업체는 관련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데 도의 기세가 하루만에 꺾여 법적으로는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공지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지난해 개정된 건설기계관리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법에는 건설기계임대차 계약을 합의에 따라 체결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이라고 명시했을 뿐 표준계약서라고 못박지 않고 있어 강제할 근거가 없다. 법해석 잘못으로 인한 고지 번복으로 오히려 건설사에 표준계약서 대로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제시해 준 꼴이 됐다. 더욱이 강제할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불평등한 계약관행개선' '공정한 거래질서확립' 등 그럴 듯한 립서비스를 한 공정거래위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근으로 표준계약서 작성에 적극 참여하는 건설사는 시공능력 평가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경기도의 경우 35%에서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데서 효력은 미지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을 개정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데서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법의 유무, 즉 이분법적 잣대가 아닌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은 파업을 풀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대전제하에 양보와 타협의 묘를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립서비스로 끝난 표준임대차계약서
입력 2008-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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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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