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환 (문화체육부장)
요즘 탤런트 오연수가 상한가다. 그녀가 출연하는 MBC 주말극 '달콤한 인생'이 초반 한 자리 수의 시청률을 깨고, 40대 중년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오연수의 역할이 크다. '달콤한 인생'이 진짜 달콤한 드라마로 바뀐 것은 오연수가 비키니 수영복 입은 장면이 공개된 직후였다. 결혼 10년차, 30대 후반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씬한 몸매에 탄탄한 복근을 자랑했다. 그녀는 금세 포털 인기 검색어 1위로 올랐다. 시청률도 요동쳤다. 분당, 일산과 강남의 체감 시청률은 50%라는 소리도 들린다.

야한(?) 장면보다는 비키니 수영복 공개를 위한 오연수의 몸매 만들기가 더 주목을 받았다. 이효리 '가슴', 권상우 '왕 복근', 이나영 '다리', '몸짱 아줌마' 정다연 따라 하기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다. 물론 몸을 뜯어 고치는 성형이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로 전파된 연예인들의 '몸짱 열풍'에는 고화질 TV(HDTV)가 중심에 있다. 일반 TV에 비해 해상도가 5배이상 높은 고화질 TV는 연예인들의 얼굴 모공이나 잔주름, 잡티를 현미경처럼 잡아내 화면에 폭로했다.

적당한 화장발과 드레스, 촬영기교도 흑백이나 아날로그 TV 시대에나 통했다. 오연수는 일본 삿포로에서 처음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냈던 이동욱을 국내 수영장에서 만나는 '비키니 신'을 부담 없이 소화할 정도로 자신(몸) 관리에 철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화질 TV가 두렵지 않은 것이다.

식당가의 고화질 TV라는 원산지 표시제가 1일부터 전면 확대 실시된다. 대상 면적이 300㎡에서 100㎡로 강화 되더니 이제 모든 음식점에선 소갈비나 등심의 생산지 뿐 아니라 쇠고기와 쌀 등의 조리 음식까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게시판이나 메뉴판 푯말에 써 놓아야 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논란 속에서 후속 대책은 예상 했지만 의외다. 수입 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팔거나 국산과 혼용하고, 조림 음식에 관행적으로 함께 사용하던 음식점은 퇴출 될 수밖에 없다. 벌써 일부 백화점에선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원산지 표시를 전 식당가로 확대하고 품목도 쇠고기 쌀은 물론 돼지 고기, 닭고기, 배추, 생선까지 확대했다는 보도다. 업주와 소비자들 모두 갑작스러운 변화에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갈비탕 한 그릇 먹으려면 '국내산 한우 잡뼈 호주산 쇠고기 섞음, 공기밥은 국내산과 중국산 혼합'이라고 적힌 게시판을 꼭 봐야할지도 모른다.

방송가가 고화질 TV로 요동쳤다면 우리의 음식문화가 원산지 표시제로 흔들거리는 형국이다. 원칙적으로 좋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에는 공감한다. 제대로 된 단속이 없다면 또 다시 식당 주인의 처분과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수입 쇠고기=불량, 저질=건강 악영향=광우병' 같은 등식에서 김치찌개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 갔다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식당은 고화질 TV가 연예인들의 모공이나 잔주름을 보듯 사용 음식을 낱낱이 까발려야 하고 손님은 번거롭지만 건강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 구입한 고화질 TV를 보듯 음식점가에선 눈을 부릅뜨고 메뉴나 식판을 봐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애국심, 시민의식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되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하다. 우리 이제 당당해지자. 고화질 TV가 몸매 만들기와 성형 열풍을 몰고 왔다면 원산지 표시제는 음식문화의 변화를 예고해 놓고 있다. 분명 변화는 긍정이다.

한식과 양식, 중식 등 음식별 선호도와 함께 고기의 생산지별 판매 변화, 패스트 푸드점 영업 등이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내부 문제인 국산 음식 원자재에 대한 평가 작업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주말 연속극 달콤한 인생과 오연수의 비키니 수영복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