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전원주택이 보편화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인 80년대만 하더라도 자연속에 자리한 주택은 대부분 이른바 '돈 좀 있는 사람들'이 편히 쉬는 별장 개념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전원주택은 일부 부유층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져 거리감이 있던게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고속도로 확충 등 수도권 교통망이 발전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과 가깝고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단순히 주말에 오가는 별장이 아니라 출퇴근도 가능한 주거공간으로서 도내 전원주택이 부각됐다.
지난 1992년, 용인시 기흥읍(현 기흥구)으로 들어온 이모(60)씨는 "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전원생활을 누리려면 산속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졌지만 이후 교통 여건이 개선되며 '한번 살아보자'라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이 발전하면서 기본적인 인프라나 교육, 편익·생활시설도 좋아졌고 이에 따라 수요도 중장년층에서 젊은 세대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그야말로 전원주택의 새 지평을 일궈냈다.
J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지난 1994년 준농림 지역의 농지나 임야에 대한 전용허가 완화로 집을 짓기가 쉬워져 이 시기 특히 전원주택 붐이 일었다"며 "이어 96년 농지 거래의 규제 완화가 실수요층들의 전원주택지 구입으로 이어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도내 전원주택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삼보건영 관계자는 "한껏 달아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이후 침체기를 맞으며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주택상품의 차별화가 필요했다"며 "도내 전원주택은 그 돌파구를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특히 도내 전원주택은 유명 정치인 혹은 연예인 누가누가 산다더라 하는 입소문 프리미엄까지 붙어 그 가치를 더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전원주택이 활성화된지 20년에 접어들며 후끈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차츰 식어가는 분위기다.
광주시 퇴촌면 S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몇년전 유명인, 일반인할 것 없이 높은 관심을 가졌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최근 정치인 A씨가 부동산을 처분한데 이어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가수 B씨도 집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내 전원주택시장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 흔들리는 가격, 흔들리는 수요자
현재 도내 인기 전원주택지로 꼽히는 곳을 보면,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도시설계구역외 지역에 전원 경관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 얼핏 가격이 낮겠지하고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심지가 아님에도 수요 증가와 함께 지가도 올라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지역은 도심지를 능가하는 가격 곡선을 형성하는 곳도 있다.
도내 전원주택지는 3.3㎡당 10만원대에서부터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양평군의 경우 남한강을 끼고있어 규제가 심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Ⅰ권역은, 전원주택지가 실거래가로 3.3㎡당 200만~3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강은 없지만 자연환경이 수려한 Ⅱ권역은 30만~40만원대로 다소 낮지만, 전원주택 붐이 한창이었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기지역은 부르는게 값이었다. 이는 인근 지역도 비슷. 상수원보호특별대책지역 Ⅰ, Ⅱ권역으로 분류되는 가평은 권역에 크게 상관없이 80만~100만원대로 호황기에는 최소 150만원에서 땅주인 맘대로 값이 올라가기도 했다.
전원주택 호황기에 비해 가격대가 다소 꺾인 감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도내 전원주택 시장의 가격 거품을 우려한다.
용인시 양지면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가 기획부동산 근절책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무를 하다보면 아직도 전원주택지로 수십배 수익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최근 도내 전원주택 수요가 예전만 못한 것도 이러한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