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경제부장)
지난 15일은 모처럼 '경기도다웠던' 날이었다. 이날 오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는 경제계·노동계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경제살리기'를 외쳐댔다. 중소기업은 1사 1인 채용, 대기업은 10% 신규채용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노총경기본부도 이에 화답, 경제살리기에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며 대화와 타협, 협력 등을 통해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현하자는 '경기지역 노사실천 선언문'을 선포했다.

경기도는 이날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2천억원의 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자금 수혜자에게 대출금리의 2%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또 도내 주요 물류거점 도시에 슈퍼마켓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물류창고 건립 대책도 내놨다. 50억원을 들여 재래시장을 특화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시책도 곁들여졌다. 그간 한국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던 경기도이다. 이날은 정말 모처럼 경기도다웠다.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의 수치를 연방 찍어대며 경제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이때, 경기도의 경제지원책 발표는 폭염 속 소나기만큼이나 시원하게 여겨진다. 국민들의 심신을 지치게 한 촛불집회가 끝나가려는 무렵, 금강산 관광에 나선 민간인이 북한군이 해댄 총질에 사망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국민들의 가슴을 찢어놓더니,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의 파렴치함에 온 국민이 치떨고 있는 이때, 경기도 내 경제인·근로자들의 '경제살리기 선언'은 용솟음치는 샘물처럼 여겨진다.

경제가 무서운 기세로 추락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월급봉투 두께는 그대로이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가장 치명적인 계층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이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재래상인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칠 때서야 비로소 일반인들은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기에 가장 민감한 영세 자영업 계층에 대출금리의 2%를 보전해주며 2천억원의 특별경영자금을 지원, 최소 2만여명이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한 경기도의 시책은 현실은 물론 심리마저 잔뜩 움츠려 있는 서민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재래시장 지원책도 '위기의 반전'을 꿈꿀 수 있는 자극책이 될 수 있다.

절대적 자원의존국인 우리나라는 경기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고유가·고원자재가·고곡물가 등 외생적 변수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우리의 독보적인 자원은 '견뎌낼 수 있다'는 의지와 '극복할 수 있다'는 잠재적 역량이다. 이 특유한 자원을 끄집어내기 위해 필요한 전제는 국민의 심리적 안정과 희망찾기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이참(방송명 이한우)씨가 최근 건국 60년을 맞아 60일 연속강연을 펼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답답한 나라 한국'이라는 제목이다. 그는 "세계에서 한국처럼 열심히 사는 민족은 없으며 큰 이상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열정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금모으기 운동, 월드컵 거리응원, 서해안 기름유출 사태의 자원봉사에서 보여준 열성과 에너지도 우리의 엄청난 잠재력"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정치, 사회, 환경 등 어느 하나 시원한 게 없고 일등국가가 될 잠재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어 세계에서 제일 답답한 나라이기도 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에게 숨어 있는 열정과 잠재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응집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번에 마련된 '서민지원 대책'과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선언, '경기지역 노사실천 선언'이 차곡차곡 추진돼 잃어버렸던 꿈과 희망을 다시 찾도록 해야 한다. 경기도의 서민지원 대책이 벼랑끝까지 몰린 서민들에게 꿈을 갖도록 하는 촉매제가 되고, 도내 경제계와 노동계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경제살리기'의 부르짖음이 대한민국 경제 회생의 신호탄이길 거듭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