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의 핵심이 '창조'가 아닌 '재생'이란 점에 주목하면 오랜 시간 구도심에서 호흡했던 원주민이 갖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따라서 원주민의 높은 재정착률이 성공적인 뉴타운의 필수조건은 아니더라도 뉴타운의 성공을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뉴타운인 서울시 시범뉴타운 세 곳 중 하나인 길음뉴타운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20%를 밑돌고,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합원과 세입자들을 평균 냈을 때의 재정착률이다. 뉴타운사업지구 전체 원주민 중 절반 가까이 되는 세입자만으로 한정하면 재정착률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세입자는 그들의 앞에 놓여진 공공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대책비 중 주거대책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공임대아파트를 포기하는 이유는 사업기간 동안 거주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고, 가족수에 비해 아파트 규모가 적은 것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장영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뉴타운 사업에 따른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높지 않은 이유를 "공공성보다는 사업성 위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세입자는 차치하더라도 조합원 상당수가 저가 소형주택이 아닌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에 입주할 추가부담금을 부담하지 못해 결국 입주권을 처분하고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지난 11일 민주당 뉴타운특위가 국회에서 연 '뉴타운사업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뉴타운사업으로 주거환경은 개선됐지만, 뉴타운으로 쫓겨난 원주민들의 주거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뉴타운의 허점을 지적했다.
장 박사는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원주민이 부담할 수 있는 규모의 주택공급, 공공임대주택 확대 및 임대료 차등화, 존치지역 확대를 통한 다양한 주택 재고 확보 등을 제안하고 있다.
뉴타운이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한 도시경쟁력 확보 역시 중요하다.
길음뉴타운이나 은평뉴타운처럼 기반시설은 부족하고, 고층아파트들만 빼곡하게 들어찬 뉴타운이라면 기존의 주택재건축·재개발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우종 경원대 교수도 경기도 뉴타운이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제로 전문가 및 시민의식 조사를 바탕으로, 도 상황에 알맞는 고품격 정주환경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도시재생 시 경기도 정서에 맞는 정주환경 지표 및 계획요소를 도출하고, 이를 적용해 고품격 도시가 조성될 수 있는 기반여건을 평가해야 한다"며 "삶의 질 향상에 근거한 새로운 정주환경 수요를 고려해 고층보다는 저층으로 건설하고, 대규모 신도시보다는 20만∼50만㎡ 규모의 주거단지를 도시개발의 기본단위로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충원 강남대 교수는 뉴타운사업 시 공공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현재 뉴타운사업은 조합이 주축이 돼 진행하고, 기반시설까지 민간이 부담하는 방식이라 공공기관의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공공의 지원과 역할은 사업성이 없는 지구에 용적률을 높여 주는 것 외에는 없지만 이마저도 개발이익환수차원"이라고 꼬집었다. 또 "기본적으로 뉴타운사업은 현재 같은 물리적 개발정책에서 서민복지정책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며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서민들의 일자리와 주거지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복지프로그램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