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코딧(신용보증기금)과 기보(기술보증기금)의 통합 논란이 코딧의 안택수(전 국회의원) 이사장 취임에 맞춰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이는 지난 21일 취임한 안 이사장이 "기보와의 통합에 있어 정부와 논의한 바는 없지만 통합이 논의될 경우 어디까지나 코딧이 업무력이나 규모로 보아 중심에 서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23일 코딧과 기보에 따르면 통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두 기관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수장을 받아들이고 영입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힘겨루기를 진행하는 양상이다.

코딧의 경우 정치권 출신의 안 이사장 취임 이후 통합문제와 관련해 탄력을 받고 있다.

코딧은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기보보다 큐모가 큰 코딧이 주관이 돼 기보를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현재 기보는 직원 약 1천명에 보증규모 11조원, 코딧은 직원 2천200명에 보증액은 29조원에 달해 그 규모가 두 배 이상이다.

코딧은 안 이사장의 '낙하산 인사'라는 외부 논란과는 별개로 이사장 취임식에서는 노조위원장이 축사까지 하는 등 이례적인 환영의 제스처를 취했다. 코딧 경기영업본부 관계자는 "통합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힘있는(?) 이사장의 취임이 조직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직원들의 기대가 많다"며 최근의 코딧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기보는 신임 이사장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의 코딧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기보는 코딧의 안 이사장이 취임한 21일 자체 리서치 조사를 통해 중소기업들은 양 기관의 통합에 반대하고, 기보의 기능 강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밖에 코딧과 기보의 중복보증 문제가 해소되는 추세로 통합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와 연대한 반대 투쟁도 벌일 기세다.

기보 관계자는 "기보는 기술평가 인프라가 구축돼 전문화된 기관으로 가고 있는데 코딧과의 통합에 당위성이 없다"며 "더군다나 흡수통합은 기업보증체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