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2부 조남관 검사는 25일 박철언 전 장관이 맡긴 178억여 원을 통장을 위·변조하는 방법으로 인출한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H대학 교수 강모(47.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강씨의 부탁을 받고 박 전 장관의 돈이 통장에 입금된 것처럼 통장 71매를 위·변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H은행 지점장 이모(46·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001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박 전 장관으로부터 통장에 입금하라고 받은 돈을 통장에 입금한 것처럼 입금내역을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76차례에 걸쳐 모두 178억 원을 횡령한 혐의다.

 은행지점장 이씨는 2003년 8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강씨의 부탁을 받고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 통장에 컴퓨터나 수기로 돈이 입금된 것처럼 위조 또는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교수가 횡령한 돈을 부동산 구입에 50억여원, 가족에게 17억여원, 외제차 구입 등에 6억여원, 기타 무용단 공연비나 생활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현금 11억원과 일부 부동산을 박 전 장관 측에 반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이 횡령당했다는 돈이 노태우 정부 시절 장관 또는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부정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에 대해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를 추적했지만 은행 입·출금 전표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돈의 성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박 전 장관은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던 돈이 비자금이 아니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친지들이 연구소 설립을 위해 준 후원금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분산 예치하면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 세금탈루 혐의를 확인하려고 관할 세무서인 서울지방국세청에 과세자료를 통보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발견되면 고발조치 하도록 했다.

 검찰은 강 교수의 죄질이 더 중하지만 현재 암수술 등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하기 힘든 환자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으며, 은행지점장 이씨에게서는 횡령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과 그의 가족 등 8명은 재단설립을 위해 준비중인 연구소 운영자금 178억원을 강 교수가 '불려 주겠다'며 가져가 돌려 주지 않고 있다며 강 교수 등 관련자 6명을 지난해 7-12월 3회에 걸쳐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