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용인의 고시원 화재로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 서민들로 월세 30만원 남짓한 '쪽방' 고시원에서 생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숨진 이영섭(36)씨는 3형제 중 둘째로 고향인 안양에서 젊은 시절 사업을 하다 어려워지자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며 8년 전 집을 나간 후 연락이 끊겼다.

 막내 영우(34)씨에게 5년 전 "경남 통영에서 일하며 잘 있다"고 전화로 소식을 전해온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영우 씨는 이후 영섭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면서 소식이 끊겼고, 이날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형을 병원에서 확인하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영우 씨는 "안양에 계신 어머니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 돌아오겠지'라며 입버릇처럼 말하셨다"며 "둘째 형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울먹였다.

 숨진 권순환(26) 씨의 매형 표훈길(36) 씨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처남은 청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자동차 매매 일을 하다가 (순환씨의) 고모 소개로 최근 용인으로 올라와 잠시 고시원에 머물렀다"며 안타까워 했다.

 고향 친구들은 "순환이가 용인의 자동차부품 공장에 취직했다고 무척이나 좋아했다"며 "외아들이라 돈 벌어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다던 성격 밝고 착한 친구였는데…"라고 말했다.

 숨진 이병철(38)씨의 회사동료 엄모 씨는 "미혼인 이씨와 물류회사에서 4년간 같이 일했다"며 "고시원에서 지낼 사람이 아닌데 이런 일이 일어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용인에서 식당일을 하며 힘겹게 살다 변을 당한 강정혜(51.여)씨의 아들(20)은 "10여년 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는 자식과 생계를 위해 혼자 객지에서 돈벌이를 하셨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고(故) 정찬영(26) 씨는 형편이 안 좋아 대학을 휴학하고 1년 전 용인의 물류회사에 취직해 혼자 고시원에서 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