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토를 휩쓸고 있는 외국산 종자 속에 농민들이 불가피하게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 부담은 갈수록 커져가 또 다른 국내 농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 1월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가입으로 품종보호권이 설정된 신품종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UPOV(The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는 품종보호를 위한 정부간 기구로 식물 신품종 보호기간은 20년 이상(다년생 작물은 25년)이며, 품종 명칭도 상표권처럼 배타적으로 보장되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딸기를 비롯해 장미, 국화 등 영양번식이 가능한 신품종 작물 사용은 로열티 지급 대상이 된다. 단 대부분의 과수는 품종보호 연한이 경과됐고 곡물 및 채소 등 종자번식 작물은 종자 자체를 구입해 재배하므로 로열티에 따른 부담은 없다.

▲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한 연구사가 로열티 지급 품목중 하나인 장미 신품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로열티 지급 품종에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보급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외국산 종자를 사용하는 대가로 우리 농가가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딸기의 경우 종묘 한 주당 5~125원, 파프리카 종자 1개당 700원, 당근 1㏊당 50만~180만원, 장미 1㏊당 6천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로열티 비용은 농가 소득에서 고스란히 빠져 나가 농가 살림에 악영향을 끼치는 한편 국내 농업 경쟁력 저해의 한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국내 종자 시장의 외국 종자 점유율은 내년부터 품종보호대상이 예정된 딸기가 82.1%로 로열티 지불액은 연간 30억~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감귤은 국산 개발 품종을 시범재배하는 농가를 제외하고 외국산 종자의 국내 점유율이 99.9%에 달한다. 이 밖에 파프리카 종자는 연간 40여억원의 로열티를 들여 전량을 일본에서 사들여 오고 있으며, 농가 소득의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장미, 국화, 심바디움 등 화훼류도 외국산 종자율이 100%에 가깝다.

특히 신품종 개발에 뒤처진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종자회사와의 로열티 협상이 불공정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이를 대체할 국내 품종이 없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하소연도 못한 채 값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또한 뒤늦게나마 국산 종자가 보급되더라도 재배 안정성 등으로 인한 농가들의 신품종 기피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딸기, 장미, 국화 연구사업단을 운영 중이지만 현재 보급 수준은 15%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종자업계 관계자는 "신품종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 재배로 연결시키기 위한 농가 지원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