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무노동 유임금이 고착화로 가고 있어 걱정이다. 쇠고기 정국으로 임기 시작일로부터 두달 가까이 할 일을 챙기지 않던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는 원구성을 볼모로 다시 쇠고기 정국을 연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즐기고 있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감사원장 및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못하고 있다. 쇠고기·민생·공기업·가축법 등 5개 특위는 '여야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 가동이 멈췄다. 하나 같이 시급한 현안이지만, 네탓 타령만 있을뿐 책임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겉으로 드러난 공전 이유는 국정조사 쇠고기특위의 증인 채택이다. 한나라당은 'PD수첩'관계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불가를 주장하며 한승수총리 등의 증인 채택을 원구성 협상의 전제로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유리한 증인만을 고집하니 소득없는 공방은 뻔하다. 모두를 증인으로 채택하든지 동수의 증인을 요청하는 차선도 있을 법한데 평행선을 달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속내는 상임위 배분, 즉 '밥그릇 싸움'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회 차수가 바뀌면 보던 장면이지만, 그로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원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해도 18대 국회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상임위원을 선임하기 위해선 국회법 개정을 통한 위원회 조직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또 법사위원장 배분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 상임위 문제, 상임위 배분기준 등에 대한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빨라도 8월 중순이나 원구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민생을 비롯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은 412건에 달한다. 서둘러야 할 이들 법안 발의는 물론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추경이 확정돼도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올해안 예산집행이 불가능, 불용·이월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감도 준비기간을 다 써버려 졸속감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국난을 헤쳐 나갈 모든 대책이 부질없게 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밤샘으로 시간외 수당이 지급돼 임금을 배로 가져 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지금부터 정신차려야 하는 이유다. '국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