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나간다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인천이 요즘 때 아닌 위기설로 뒤숭숭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거칠 것 없이 풀려나갈 것처럼 믿었던 것이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고, 홀대론마저 팽배하다. 마치 결혼만 하면 '만사형통'일 것으로 생각한 '짝사랑 연인'이 정작 소원은 이뤄졌는데, 정은 딴 데에 주는 꼴이 됐다.

사실 인천은 CEO출신인 이명박(MB)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이제 고생 끝났다'하고 생각했다. 옴짝 달싹 못할 정도로 각종 규제에 묶여서 어려움을 겪은 인천으로선 새 정부가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표심이 그 쪽에 더 쏠렸고, 마치 두바이를 능가할 정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치를 높였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후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결과는 인천만의 '짝사랑'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 변심(?)을 짚어보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의 규제완화 약속이 말뿐이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없애고,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동북아의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원약속은 뒷전으로 한 채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한국의 제1호 경제자유구역인 인천이 한국판 두바이가 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인천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청계천'처럼 급조된 치적을 좋아하는 그가 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온 인천경제자유구역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에서 설마설마했었다. 그러나 결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수도권 규제 존속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MB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그런데 그 공약(公約)은 결국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 MB 정부 출범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수도권 주민은 보은(報恩)을 배신으로 갚는다고들 아우성이다.

'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급성이 요구되는 인천국제공항 3단계 사업은 대구·경북이나 동남권 제2허브공항 조성에 밀려있고, 영종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제3연륙교의 조기건설이나 인천~타이거항공의 국제선 취항허가,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및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 등의 현안들도 꽁꽁 묶여있다. 최근엔 '인천항 발전 불가론'까지 불거져 나와 지역이 시끄럽다. 한마디로 MB 정부에선 '인천은 없다'는 말까지 터져 나올 정도다.

인천은 정말로 MB정부를 '짝사랑'만 했단 말인가. 이것이 작금의 지역 여론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인천으로선 그 배신감에 더욱 몸부림 치고 있고, 그 파장은 예상외로 크다. 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시의원들까지 현 정부를 상대로 연일 우려와 비난전을 쏟아낸다. 소위 집권당 세력들까지 현 정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형국이 됐다. 일각에선 '수도권 시민의 촛불 대응론' 등 극단적인 표현 및 방법론까지 등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MB 정부는 진정으로 수도권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방이 산다는 사실을 몰라서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편단 말인가. 아니면 취임 후 '쇠고기 촛불'에 이어 금강산 피격사건,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줄곧 동네북 신세가 된 처지를 돌파하기 위해 수도권 홀대 정책을 제물로 택했단 말인가. 이것도 아니면 '촛불'이 무서워서 노무현 전 정부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인가.

이젠 MB 정부가 답할 차례다. '짝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잠시의 이별'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때다. 그것이 배신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인천 등 수도권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친위세력으로부터 '배은망덕하다'는 말까지 들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