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통합의 관건을 쥐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없어지는 학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통합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가 일부 교수들의 반대다. 안경수 인천대 총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천전문대는 물론 경인교대와 인천의료원과의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인교대·인천의료원과의 통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천대는 12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내부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통합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 관계자는 "이번 교무위원회에서 통합 얘기가 나올 것이다"며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장단점이 있다.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 글로벌대학의 필수조건=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생 수 1만~1만2천명이 적정하다고 한다. 기업으로 보면 손익분기점이다.
인천대는 국립대학 특수법인화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정원이 1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전문대와 통합하면 정원이 1천여명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인천시 전입금과 대학발전기금이 늘어나고 정부가 주는 통합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표 참조> 시가 두 대학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학과 신설이다. 통합 과정에서 중복된 학과를 조정하고, 지역에 필요한 학과를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류과, 도시계획과, 예능과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학과가 생기면 교수 수도 늘어나게 된다. 인천대 교수 수는 정원의 63% 수준이고, 인천전문대는 이보다 더 낮다.
수정법은 올해 말까지 대학과 전문대학간의 통합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안에 통합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인천대 송도캠퍼스가 '성장관리권역'에 있기 때문에 '법인화 후 통합'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 구성원 합의가 최대 걸림돌=대학간 통합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인천대-인천전문대 통합도 과거보다 여건은 좋아졌지만 걸림돌이 많다. 학과를 신설·폐지하고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 사안은 작은 문제이지만 통합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인천전문대 평교수협의회는 최근 '통합시 교직원 전원의 신분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집행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인천대와 인천전문대가 통합하면 결과적으로 지역에서 전문대 1개교가 없어지는 것이다. 전문 기능인력 양성과 산학협동에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인천전문대 동문 일부는 모교(출신학교)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 인천의료원·경인교대와의 통합은 가능성 낮다=현재 시립인천대와 인천의료원이 통합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국립대병원 설치법'을 보면 대학병원은 의학과가 설치된 국립대에 설립할 수 있다. 대학 부속 병원도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에 설립할 수 있다. 인천대가 국립대로 전환한 뒤 의대를 신설해야 통합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수정법상 증과·증원이 수반되는 의대 설립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인천의료원은 시가 설립한 의료기관으로,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매년 약 3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다. 인천대가 통합 이후 인천의료원의 적자분을 메우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시민 공감대 형성 등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료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입원환자의 50%, 외래환자의 30%가 의료수급자다"며 "병원 측이 인천대·인천시와 논의를 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공의료를 훼손하는 것은 반대다"고 했다.
경인교대는 지난 2004년 경인교대 경기캠퍼스-한경대-한국재활복지대간 통합을 논의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간의 견해차와 학교간 입장차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경인교대는 통합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당시에는 대학별로 '교육'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번 인천대와의 통합은 이런 구상조차 없다. 인천대가 경인교대와 통합을 추진하는 명분이 약한 것이다. 시도 두 대학간 통합으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합한 사례는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 제주교대는 모집정원이 130여명에서 6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고, 제주대에 사범대학이 있어 통합이 가능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대-인천의료원 통합은 법인화 이후 대외 여건이 변화하면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인교대와의 통합에 대해선 "경인교대는 국립대다. 두 대학 구성원이 합의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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