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설 박물관들의 개관이 잇따르고 있고, 이에 따라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박물관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시할 유물을 구입하면서 역사적 고증이나 전문가의 감정(鑑定)도 없는 가짜 유물들이 나돌고 있다니 한심하다 못해 씁쓸하다. 감사원이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27개 지자체들을 감사한 결과 추진과정에서 예산을 쓸데없이 낭비하는가 하면 허위문서까지 작성하면서 가짜 유물을 구입하는 사례들이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 수원시의 경우 서예작품 수집가로부터 서예와 그림 등 2천881점을 7억5천325만원에 구입했으나 100만원 이상의 고가 유물 228점 가운데 중국 강유위의 서예작품, 흥선대원군 그림 등 모두 9천500만원 상당의 64점이 위작이거나 모방품인 것으로 드러났고, 구매가 100만원 미만 유물도 표본 추출한 96점 모두가 위작인 것으로 감사원의 감정결과 나타났다. 전남 해남군도 공룡박물관의 화석을 16억원 상당이나 구매하면서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담당공무원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남양주시는 남양주시향토사료관에 전시·소장될 유물 40점을 전문가 감정 없이 견적서만 받고 구입했으나 이 가운데 삼국시대 마형토제품 등 1천298만원 상당의 유물 4점은 위작인 데다 청화백자 용충 등 9점은 712만원이나 더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북 익산시의 마한관에 전시할 유물도 중국산 복제품까지 끼어있는 등 전국 지자체 박물관의 상당수가 '짝퉁 창고'를 방불케 하고 있다는 감사결과다.

경기도박물관의 경우도 지난 1995년 구입유물 가짜논란을 일으켜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까지 받아 관장 등 일부 직원들이 물러났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이후에도 박물관 유물이나 소장품들의 진품 논란은 계속돼왔던 터다. 박물관은 수집 보존 연구 전시의 기능에다 교육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역사와 문화와 유물들의 전시를 통해 총체적인 지역문화의 공간으로 자리해야 한다.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박물관 건립보다는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을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에 박물관의 소프트웨어인 전시물은 사전에 전문가들로부터 철저한 고증을 거쳐 더 이상 '짝퉁'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